39살 가장 베트남 국적 응우옌 반 탄씨
이천 태명실업 하청업체서 작업중 사망
전 직장 체불로 단기 일자리 택했다 참변
빈소엔 사고 소식 듣고 온 친인척들 모여
경기이주평등연대, 불법하도급 규명 촉구
내년이면 고향으로 돌아가 어린 세 자녀와 함께 새우 양식장을 차리겠다던 39살 가장의 소박한 꿈은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올해 여름 전남 고흥에서 꽃게잡이 일을 하던 중 두 달 가량 임금 체불이 발생해 택했던 단기 일자리는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지난 27일 이천시의 한 장례식장에는 베트남 국적 30대 노동자 응우옌 반 탄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응우옌 반 탄씨는 전날인 지난 26일 오후 5시45분께 이천시 대월면의 태명실업에서 발생한 사고로 숨졌다. 7t 구조물을 인양하던 중 크레인 한쪽 줄이 끊어지면서 그 아래에 있던 하청업체 소속 응우옌 반 탄씨가 사망한 것이다.
사고 당일 24살 조카 A씨는 응우옌 반 탄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 여수에서부터 버스를 타고 한달음에 달려왔다고한다. A씨는 “무섭고, 당황스러웠고, 걱정스러웠다”며 “타국에서 벌어진 일이고 한국어도 서툴러서 무엇보다 어떤 일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했다”고 말했다.
A씨는 평소 응우옌 반 탄씨와 자주 연락하며 안부를 주고 받던 사이였다. 응우옌 반 탄씨는 지난 2002년 고용허가제 비자를 받아 한국에 왔고, A씨도 올해 초 뒤따라 입국했다.
응우옌 반 탄씨는 고된 환경에서도 가족들을 생각하며 매일 새벽 일터로 향했다고 한다. 그는 심장병을 앓는 노모와 배우자, 6·7·11살 두 딸과 아들에게 매달 생활비를 보냈다.
A씨는 “작은 아버지는 늘 가족들을 걱정했다”며 “고흥에서 일할때도 베트남에 있는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주지 못해 힘들어했고 7월부터 새롭게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기뻐하던 게 떠오른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할머니 치료비부터 아이들 양육비까지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사라졌다”며 “남겨진 아이들의 양육비에 한푼이라도 더 보태려고 유족들이 방한까지 포기한 상황이다. 아이들이 잘 클 수 있게끔 충분한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이주노동자로서 한국에서 마주한 열악한 노동 환경과 고용 불안정성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베트남 중부 응애안 지역 출신인 응우옌 반 탄씨와 A씨의 친인척 중 한명은 지난해 고흥의 새우 양식장에서 일하던 중 감전사하기도 했다. 가까운 친인척이 이국에서 일하다 사망한 사건을 접한 게 처음이 아니라는 뜻이다.
A씨는 “다들 열심히 일하고 본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타지 생활을 버텼을 것”아라면서 “정작 우리가 몸담고 있는 한국은 이주노동자들의 안전은 관심 밖”이라고 했다. 이어 “저 역시도 언제든 일하다가 사고를 당할 수 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지난 28일에는 응우옌 반 탄씨의 친인척 30여명이 빈소를 지켰다. 부산과 목포, 여수 등 전국 각지에서 일하던 이들이 사고 소식을 듣고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일부는 응우옌 반 탄씨가 즐겨입던 옷과 영정 사진, 하얀 국화꽃을 사고가 난 장소에 가져가 A씨 등과 함께 간단한 장례의식을 치르기도 했다.
경기이주평등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책임자 엄벌과 위장 도급 및 불법 하도급 구조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연대 측은 “원청 태명실업은 위험하고 열악한 생산, 상하차 공정을 하청에 위탁하고 불법적인 통제를 행하면서도 사고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며 “원청과 하청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전면 재수사하고 책임자를 엄벌해야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근 하청업체 소속 크레인 기사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고, 노동부는 사측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태명실업 관계자는 “원청의 입장이기는 하나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최선을 다해 도의적인 지원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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