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록·전통음악 넘나들며 색다른 매력

‘한’ 깃든 아리랑 신명나는 ‘흥’으로 풀어내

아이·부모·조부모 함께 웃고 박수 “얼쑤”

개항부터 해양·농경문화까지 한 무대에

지난 29일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의 ‘연희판놀음 인천아리랑 연가’가 열린 인천 서해구 청라블루노바홀. 2026.8.29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지난 29일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의 ‘연희판놀음 인천아리랑 연가’가 열린 인천 서해구 청라블루노바홀. 2026.8.29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흔히 우리 전통음악 국악(國樂)은 느리고 지루하며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다. 때로는 시끄럽기만 해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즐기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지난 29일 인천 서해구 ‘청라블루노바홀’에서 인천 시민과 만난 ‘연희판놀음 인천아리랑 연가’ 공연 현장은 이러한 그릇된 고정관념을 깨트리기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기회였다. 어린아이부터 부모, 할머니·할아버지까지 한데 어우러진 객석에서는 공연 내내 박수와 환호, 탄성이 이어졌다.

공연에는 ‘연가(宴歌)’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잔치를 베풀고 노래를 부르며 즐긴다는 뜻이다. 이별과 그리움, 한의 감정이 스민 ‘아리랑’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날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이 재해석해 무대에 선보인 한국의 노래 ‘아리랑’은 세대를 아우르는 공통된 감정을 담아내는 ‘플랫폼’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자리였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얼쑤 아라리요. 인천 제물포 살기 좋아도, 왜인 위세로 못 살겠네”(인천아리랑 가사)

특히 이날 다양한 형태로 변주된 ‘인천아리랑’은 인상적이었다. 인천아리랑은 이날 발라드, 록, 전통 버전 등으로 선보였다. 무엇보다 즐겁고 신나게, 또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무대에 올려졌다는 점이 특히 중요했다.

지난 29일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의 ‘연희판놀음 인천아리랑 연가’가 열린 인천 서해구 청라블루노바홀. 2026.8.29 /잔치마당 제공
지난 29일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의 ‘연희판놀음 인천아리랑 연가’가 열린 인천 서해구 청라블루노바홀. 2026.8.29 /잔치마당 제공

이날 블루노바홀에는 어린아이와 부모, 그리고 할머니·할아버지 등 3대가 함께 온 듯한 가족 단위 관객이 특히 많았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이들이 과연 하나의 공연으로 모두 즐거워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는 기우였다. 공연 시작 전 추임새를 따라 배우던 객석의 어색한 모습은 어느샌가 사라졌다. 공연이 이어지며 모두 함께 박수와 환호, 감탄사를 연발하며 다 함께 웃고 즐기는 잔칫날이 따로 없었다.

“우리 지연이가 인천 아리랑을 잘 따라하네, 배우기 쉬웠지?”(아빠) // “네, 금방 따라할 수 있었어요.”(딸)

‘아버지가 딸에게 친절하게 들려주는 국악이야기’라는 공연 형식도 주효했다. 미취학 아동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눈높이를 낮춘 ‘렉쳐 퍼포먼스’로 정의해도 무방할 듯 하다.

아빠와 딸은 인천아리랑과 인천의 개항, 우리 전통예술이 가진 다양한 장르 형식을 설명했다. 객석의 관객이 그저 눈과 귀만 열어놓으면 단숨에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공연에서는 리드미컬한 ‘설장구 시나위’, 5개의 북을 치는 신기에 가까운 퍼포먼스인 ‘오북춤’, 버나·상모돌리기 등 비보이 배틀을 보는 것 보다 더 다이내믹한 ‘연희판놀음’ 등을 선보였다. 작품이 하나씩 끝날 때마다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때로는 웃음바다가 됐다. 뱃일과 농사에 부르던 노동 음악을 선보이며 인천의 해양문화와 농경문화를 하나의 공연으로 담아냈다는 점도 특별했다.

지난 29일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의 ‘연희판놀음 인천아리랑 연가’가 열린 인천 서해구 청라블루노바홀. 2026.8.29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지난 29일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의 ‘연희판놀음 인천아리랑 연가’가 열린 인천 서해구 청라블루노바홀. 2026.8.29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의 ‘연희판놀음 인천아리랑’은 지역 콘텐츠를 발굴·지원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2026 지역대표 예술단체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서광일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대표는 “관객에게 필요한 눈높이는 낮게, 공연의 감동이 가슴에 도달하는 지점은 깊게 의도한 작품”이라며 “더 많은 인천시민들이 인천의 이야기와 전통예술을 즐길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오는 9월 4일 송도 트라이보울에서 또 한 번 펼쳐진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