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大 상당 부분 온라인 수업
교육 밀도 저하 노동 비중 커져
전공 살린 지역 정착 필요하나
학위 가치와 신뢰 훼손될 수도
정부는 2023년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Study Korea 300K Project)’을 발표했다. 오는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명을 유치해 세계 10대 유학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이다. 이러한 유학생 확대정책은 지역소멸 대응과 맞물리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지역대학에는 학생이 필요하고, 지방자치단체에는 인구가 필요하며, 지역기업에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학생이 지역대학에서 제대로 공부하고 졸업 후 취업하여 지역에 정착한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여기에는 분명한 전제가 있다. 유학생은 무엇보다 먼저 학생이어야 한다.
그런데 현장에서 유학생들을 만나다 보면 이러한 전제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게 된다. 일부 지역대학에서 특정 요일에 수업을 집중하거나 상당 부분을 온라인으로 운영한다는 이야기를 접한다. 최근 한 유학생은 학교를 옮기고 싶다며 상담을 요청했다. 자신은 일주일에 이틀 학교에 가는데, 주변에는 하루 정도만 학교에 나가도 학위를 받을 수 있는 대학이 있다는 이유였다. 물론 이러한 사례로 지역대학 전체를 일반화해서는 안 되며, 집중수업이나 원격수업 자체가 문제인 것도 아니다. 핵심은 학위에 걸맞은 교육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이다.
교육의 밀도가 낮아지면 유학생의 생활에서 학업보다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수 있다. 많은 유학생이 학교에 가지 않는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한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한 시간제취업은 현실적으로 필요하고 우리 제도도 일정한 요건 아래 이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유학(D-2)의 본래 목적은 학업이며 시간제취업은 학업을 전제로 한 부수적인 활동이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현실이 대학과 지역의 이해관계와 맞물릴 때이다. 대학에는 유학생이 등록금을 내는 입학자원이 되고, 지방자치단체에는 인구를 늘리는 숫자가 되며, 기업에는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유학생에게도 대학이 배움의 공간이 아니라 한국에서 일하면서 체류자격과 학위를 얻는 통로가 된다면 정책의 목적은 뒤바뀐다. 우리는 유학생을 유치하고 있는 것인가, 학생이라는 이름의 노동력을 유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물론 유학생의 취업과 정주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한국에서 제대로 교육받은 유학생이 자신의 전공과 능력을 살려 취업하고 지역사회에 정착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인구감소 시대에 필요한 정책이다. 중요한 것은 순서이다. 교육을 통해 역량을 갖추고, 그 역량을 바탕으로 취업하며, 이후 정주로 이어져야 한다. 노동력과 정주인구 확보가 앞서고 교육이 뒤로 밀려나서는 안 된다. 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보아야 하는 이유는 유학생 교육의 질이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신뢰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적·문화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 대학에서 공부하려는 외국 청년도 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몇 년을 공부하고 학위를 받은 학생이 전공에 대한 기본적인 역량조차 갖추지 못한다면 어떨까. ‘한국에서는 제대로 공부하지 않아도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특정 대학의 평판을 넘어 한국 대학의 학위 가치와 대한민국 고등교육 전체의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 따라서 유학생 정책의 성과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몇 명을 데려왔는가보다 어떻게 교육했는가를 물어야 한다. 유학생이 한국어와 전공역량을 제대로 갖추었는지, 졸업 후 그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로 이동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유학생을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인구’로 보기 전에 배움을 위해 국경을 넘어온 ‘학생’으로 보아야 한다.
유학은 교육에서 시작해 취업과 정주로 이어져야 한다. 취업과 정주를 위해 교육을 형식화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유학강국이 되는 길도 30만명이라는 숫자를 채우는 데 있지 않다. 한국에서 공부한 청년들이 훗날 “나는 한국에서 제대로 배웠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대학의 신뢰와 국가의 위상을 지키는 길이다.
/김구용국 문학박사·경기도외국인복지센터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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