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대형 항공 MRO(정비·수리·분해조립) 시설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인천공항이 글로벌 MRO 허브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기반이 빠르게 갖춰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선 대형 사업장 몇 곳을 유치했다고 MRO 산업 생태계가 저절로 완성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비와 개조를 마친 항공기를 도색하는 페인팅 격납고 유치는 난항을 겪는 데다, 인천지역 업체들의 부품 공급망 참여도 미미하기 때문이다.

페인팅 격납고는 인천공항 MRO 산업의 비어 있는 마지막 퍼즐이다. 인천공항에서 항공기 개조와 중정비를 마치더라도 도색을 위해 다시 해외로 항공기를 보내야 한다면 ‘원스톱 MRO 서비스’라고 부르기 어렵다. 작업 기간과 운송비가 늘어나는 만큼 해외 정비 물량을 유치하는 데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페인팅 격납고에 민간기업이 단독으로 투자해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조성 비용은 큰 데 비해 예상 수익은 낮아 초기 투자비를 회수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페인팅 격납고가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는 당위만 내세운 채 민간 투자를 기다려서는 사업을 진척시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역산업으로의 파급 효과도 아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가동을 시작한 화물기 개조사업의 공급망 참여 업체 40여개 가운데 인천 기업은 2개에 불과하다. 인천에 대형 MRO 시설이 들어섰지만, 정작 부품 공급과 기술개발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항공산업 기반이 이미 갖춰진 다른 지역으로 상당 부분 흘러가는 셈이다.

인천공항 MRO 산업이 지역에 뿌리내리려면 정책의 무게중심을 ‘대기업 시설 유치’에서 ‘산업 생태계 구축’으로 옮겨야 한다. 정부와 인천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페인팅 격납고에 대한 재정·부지 지원 방안을 구체화하고, 지역 업체에 대한 기술개발·인증 지원이 실제 납품으로 이어지도록 MRO 기업과의 공급망 연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대형 정비시설만 늘어선다고 인천공항이 MRO 허브가 되는 것은 아니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