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형태·한복입은 성상 ‘특징’

남양주시, 내년 교황 방문 요청

개발묶여…정부·지자체 관심호소

고즈넉한 한옥 형태로 지어진 남양주 조안면의 ‘마재성지 성당’. 2026.8.25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고즈넉한 한옥 형태로 지어진 남양주 조안면의 ‘마재성지 성당’. 2026.8.25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가톨릭 2천년 역사상 선교사 없이 스스로 신앙을 발생시킨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어요. 선교사 없이 자발적으로 신앙을 꽃피운 곳이 바로 여기 ‘마재성지’입니다.”

남양주 조안면에 위치한 마재성지성당(공식명칭 ‘거룩한 부르심의 땅 성가정 마재성지 성당’)에서 최근 만난 지정태(요한보스코·사진) 주임신부의 목소리에는 깊은 자부심이 묻어났다.

현재 남양주시는 내년 8월 가톨릭의 세계 최대 규모 청년 행사인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하는 레오 14세 교황의 방한에 맞춰 마재성지 방문을 요청한 상태다.(8월26일자 9면 보도)

최현덕 남양주시장, 바티칸서 교황 ‘마재성지 방문’ 요청

최현덕 남양주시장, 바티칸서 교황 ‘마재성지 방문’ 요청

최현덕 남양주시장이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교황 레오 14세의 남양주 ‘마재성지’ 사목 방문 성사를 위해 바티칸을 찾아 본격적인 유치 행보에 나섰다. 최현덕 남양주시장과 김용민(남양주병)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대표단은 24일 바티칸에서 교황청 성직
https://www.kyeongin.com/article/1769576

마재성지에 대해 지 신부는 “한국 천주교의 뿌리이자 요람으로 꼽히는 마재성지는 평신도들의 자발적인 학문 탐구를 통해 신앙을 받아들인 역사를 간직한 거룩한 땅”이라며 이곳의 핵심 가치를 소개했다.

첫번째 가치는 ‘성가정(聖家庭) 성지’라는 점이다. 한 가족 안에서 유선임 체칠리아, 정하상 바오로, 정정혜 엘리사벳 등 3명의 성인과 정약종 아우구스티노, 정철상 가롤로 등 2명의 복자가 탄생했다. 두번째 가치는 한국 천주교의 요람이자 못자리라는 점이다. 한국 가톨릭 초기 사상가인 정약종·정약전 형제는 마재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으며, 천진암 강학회에 참석해 신앙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재성당은 일반적인 성당과 달리 한옥 형태로 지어졌으며, 마당에 있는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 동상은 한국의 전통 한복을 입고 있다.

남양주 조안면 ‘마재성지’에서 만난 지정태 신부는 이곳이 한국 천주교의 뿌리이자 요람이라고 말했다. 2026.8.25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남양주 조안면 ‘마재성지’에서 만난 지정태 신부는 이곳이 한국 천주교의 뿌리이자 요람이라고 말했다. 2026.8.25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지 신부는 “우리나라는 처음에 선교사 없이 책(서학)을 통해 백성을 위한 실용적·신학적 접근으로 천주교를 받아들였다”며 “이 과정에서 건축, 의복, 기도 등 가톨릭 신앙 전반에 한국적인 내용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재성당의 한복 입은 성상 역시 전 세계적인 전통적 토착화의 훌륭한 예시”라고 덧붙였다.

안타까운 점은 마재성당이 위치한 지역이 상수원보호구역이자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건축물의 신축이나 증축이 제한되고 있다.

주일 오전 9시에는 인근 주민이 참여하는 본당 미사가 열리고 주일 오전 11시와 화~토요일 평일 오전 11시에는 전국에서 찾아오는 순례자 미사가 열린다. 지 신부는 “서울, 의정부, 하남, 성남, 양평 등 전국 각지에서 순례자들이 몰려올 때면 미사 공간이 너무 좁아 발 디딜 틈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또한 주차장은 승용차 20여 대만 주차할 수 있는 정도로 협소해, 대형 버스를 타고 온 단체 순례객들은 마을 입구에서 내려 150m가량을 걸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지 신부는 “내년에 교황님이 이곳을 방문하신다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라면서도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수많은 인파가 찾아올 텐데 주차장부터 시작해 이 좁은 공간으로 어떻게 수용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전향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마재성지 인근에는 다산유적지와 실학박물관이 있다”며 “이들을 묶어 ‘실학특구’로 지정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규제를 완화하고, 순례객과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 부족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