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6곳 중 요구 공고 149곳에 그쳐
인천지노위 신청 21건중 4건 인정
경기도도 난항… 노동부 지침 발표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청노동자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법 시행 반년 가까이 된 현재도 원청이 ‘사용자성’을 부인하며 교섭에 응하지 않는 등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31일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3월10일부터 현재까지 노란봉투법 관련 교섭요구 시정신청은 총 21건이다.
하청노동자들도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게 한 노란봉투법에 따라 하청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은 이를 7일간 공고해야 하고, 원청이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으면 노조는 노동위원회에 시정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시행 이후 원청이 노동위의 판단을 요구하며 교섭에 응하지 않아 원·하청 교섭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실제로 인천지노위는 시정신청 21건 중 4건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 교섭 대상이라고 시정명령까지 내린 상황이다.
교섭요구를 받은 원청이 지노위의 시정명령을 받은 뒤에도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하고, 이후에도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소희(국·비례)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노란봉투법에 따른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 사업장 456곳 중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한 사업장은 149곳(32.7%)에 불과했다.
인천지역에선 인천국제공항공사, 대주중공업, 인천컨테이너터미널(ICT) 등 5곳이 하청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했다. 수도권매립지공사는 지난 6월 검단구 수도권매립지에 있는 드림파크골프장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라는 인천지노위의 시정명령을 받았다. 공사가 제기한 재심에서 중노위가 인천지노위의 결정을 유지해 26일 첫 단체교섭 상견례를 열었다. 최근 인천 부평구가 민간에 위탁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원청이라는 중노위의 판단이 나오기도 했다.
경기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평택 등에 공장을 둔 현대위아의 자동차 부품 제조 계열사 ‘테크젠’ 노동조합은 지난 6월부터 6차례 원청인 현대위아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2023년 현대위아가 지분 100%를 보유한 테크젠과 모비언트를 설립하며 노동자들과 고용·현장 문제를 함께 논의하겠다고 서면으로 약속했지만, 설립 이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기지부는 이날 고용노동부 경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월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노동위원회에서도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결과를 내놨지만,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며 개정 노조법의 취지를 짓밟고 있다”며 “정부는 원청의 교섭 거부라는 부당노동행위 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에서는 원청 사업장이 불복 절차를 밟으며 교섭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광호 민주노총 인천본부장은 “노란봉투법의 쟁의 대상 등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원청 사업장은 우선 최대한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며 “노위의 시정명령이 나와도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하고, 이후엔 법원 소송까지 제기하다보니 노란봉투법 취지와 달리 원하청 교섭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처럼 정부의 책임 있는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자 노동부는 이번 주 노란봉투법의 노동쟁의 대상과 범위를 구체화한 ‘시행 지침’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당초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 하위 법령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모법에 위임 조항이 없어 위헌 논란을 피하고 현장에 즉시 적용하기 위해 지침으로 방향을 좁혔다.
/정선아·목은수기자 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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