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여주에서 벌어진 세 가지 일을 나란히 놓아본다.
8월5일 여주시 범시민대책위원회가 성명서를 냈다. 여주에너지서비스가 SK이노베이션에 흡수합병된 뒤 연결납세로 전환되면서 연간 35억원 규모이던 법인지방소득세가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남한강 물을 공급하지만 용수관은 국가에 귀속돼 세수 안분에서 빠진다는 지적도 함께 담겼다. 환경 부담은 여주, 물도 여주, 세수는 0원이라는 문장이 성명서에 적혀 있다.
8월7일 여주시장이 한국고등직업교육평가원장 앞으로 탄원서를 보냈다. 여주대 기관평가인증 처분에 대한 재심 요청이었다. 지역의 유일한 고등교육기관이라는 점, 학생과 학부모가 떠안을 부담을 함께 살펴달라는 내용이었다.
8월25일 교육부가 여주대를 2027학년도 학자금 지원 전부 제한 대학으로 발표했다. 대학은 사흘 뒤 국가장학금 몫을 교비장학금으로 전액 보전하겠다고 밝혔다. 처분을 되돌리기 위해 가처분과 행정소송 절차도 밟고 있다.
세제와 평가와 학자금이다. 서로 무관해 보인다. 그런데 공통점이 하나 있다. 여주에서 벌어졌지만 여주가 결정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연결납세는 기업의 회계 방식이다. 용수관 귀속은 국가가 정한다. 인증 처분은 평가원이, 학자금 제한은 교육부가 내린다. 여주시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성명서를 받아드는 것과 탄원서를 쓰는 것이었다. 어느 쪽도 결정을 되돌리는 수단은 아니다.
그래서 여주는 다른 방법을 쓴다. 8월10일 여주시장은 국토교통부 제2차관을 만나 여주~원주 복선전철 강천역 신설을 건의하며 건설비 333억원을 시가 전액 부담하겠다고 했다. 일반역을 간이역 규모로 낮추는 방안도 함께 냈다. 사업비를 줄여 0.311에 그친 편익비용비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국비 사업의 시설비를 기초자치단체가 내겠다는 제안이다.
여주대가 국가장학금 몫을 교비로 메우겠다고 한 것과 형태가 같다. 국가가 주지 않으니 당사자가 자기 돈으로 메운다. 결정권이 없는 쪽이 비용을 대는 구조다.
여기서 익숙한 설명이 뒤집힌다. 여주는 가진 것이 없어서 결정권이 없는 것이 아니다. 발전소가 있고 물이 있고 대학이 있고 철도가 놓이고 있다. 가진 것이 많은데도 결정권이 없다. 오히려 무언가를 떠안을 때마다 결정권은 한 단계씩 더 멀어졌다. 발전소를 받으면 세제가, 물을 내주면 국가 귀속이, 대학을 두면 평가원이, 철도가 지나면 경제성 지표가 결정한다. 자원을 제공하는 자리에 설수록 결정하는 자리에서는 밀려난다.
부족한 지역이라서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내어준 것이 많아서 밀려나는 구조다. 그렇다면 더 내어줄수록 사정은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나빠진다.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 대책위가 이재명 대통령의 말을 빌려 성명서에 적은 문장이다. 다만 보상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
여주의 일을 여주가 결정하지 못하는 구조는 언제부터 당연해졌나. 답해야 할 쪽은 여주가 아니다.
/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coa007@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