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당원들의 결집 여부가 전대 승패 좌우
양극단의 적대적 공생으로 점철되는 현실
당심 대 민심 비율 바꿔 정치퇴행 해소를
정치의 양극화가 한국정치의 결정적 폐해가 된 지 오래다. 단순 양극화를 훨씬 뛰어넘는 증오와 적대가 일상이다. 이 양상은 보수 대 진보라는 이분법적 구도로만도 설명하기 힘들다. 진영정치로 표현되는 현재의 정치에서 정당 내 계파정치도 위험수위를 넘나든다. ‘강성당원’의 존재가 정치를 좌우하는 중대변수로 부상했다. 당원주권주의라는 언어로 표현되고 정당화되지만, 이는 상당한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당원이 당의 주인이라는 논리는 언필칭 논리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정당의 정치자금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는 후원금, 당비, 국고보조금, 기타 수익 등이다. 이 중에서 국고보조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 다음이 당비다.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원외위원장과 일반당원, 권리당원 등이 정당에 소속되어 있다는 이유로 전당대회나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의 각종 선거에서 당심의 비중을 과도하게 높이는 것은 정치논리상 맞지 않다. 정당은 정치적 의사와 지향을 같이 함으로써 정치권력 획득을 목표로 하는 정치결사체다. 정당사를 보면 정당은 간부정당과 이념정당, 대중정당의 단계를 거쳐 망라형 정당(catch all party, 포괄정당)의 형태로 발전해 왔다. 이는 정당정체성이 전통적으로 강한 이념지향의 대중정당보다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중도지향의 정당으로 성향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의 좌파·우파정당이 있지만 좌우의 이념에 구애받지 않고 정당이 좌우로 외연을 넓힘으로써 집권한 예를 수없이 볼 수 있다. 영국의 노동당, 독일의 사회민주당 등이 그 예다. 우리의 경우도 2012년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라는 진보 의제를 가지고 총선과 대선에서 외연 확장을 통해 승리했다. 이는 정당이 협애한 이념의 틀에 갇혀서는 집권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정당이 외형적으로는 당원으로 구성되지만 국민에 깊숙이 뿌리내리지 않으면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유권자의 세금으로 마련된 국고의 지원을 받으면서 당원주권주의라는 위선적 명제로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정치공학이 퇴출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거대정당들의 전당대회나 각급 선거의 후보 경선에서 강성당원들의 지지 결집 여부가 승패를 좌우한다. 이는 정치를 더욱 극단으로 몰고감으로써 증오와 대결의 정치가 강화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민주당이 전당대회때 검찰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관철시킨 것도 이와 연관되어 있다고 보는 것도 극론(極論)이 아니다. 검찰은 10월부터 공식적으로 폐지되고, 수사와 기소는 엄격하게 분리된다. 별건수사나 기획수사 등을 할 수 없도록 이미 법 개정이 완료되어 있는 상태다. 단 공소청 검사가 공소 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예외적 경우에 한해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수사권’을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는 대단히 논쟁적이며, 찬반이 갈리는 이슈이다. 국민 절반 이상이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에 반대하고(보완수사권 유지 61%, 전면 폐지 23%, 한국갤럽, 7월14~16일, 만18세 이상 1천3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P), 민주당 내에서도 신중론이 부상했지만 대표 선출 룰이 당심을 70% 반영하면서 당내 의원들은 물론 보완수사권 존치에 무게를 두는 청와대와 김민석 대표 등도 명시적으로 반론을 펴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역시 마찬가지다. 장동혁 대표의 사퇴 이슈도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중앙선관위의 투표율 조작이 장 대표 등이 주장하는 부정선거론에 빌미를 제공한 면이 있지만, 이 역시 극우적 성향의 강성당원들의 존재가 결정적이다.
이렇듯 민생과 직접 연관되는 검찰 수사권 문제에 강성당원들의 의지가 압도적 독립변수가 되고, 일반 민심과는 다른 당 대표 거취 문제도 강경파에 끌려다니는 등 정치가 양극단에 의한 적대적 공생으로 점철되는 현실을 개선하지 못하면 정책과 입법이 국민의 삶과 괴리된 채 정치꾼들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다. 정당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경선과 전당대회 등 주요 당직의 선출방식에서 당심 대 민심의 비율을 바꾸는 것이다. 당헌·당규만 바꾸면 상당 부분 한국정치의 퇴행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면서 정치는 오늘도 그들만의 리그에 바쁘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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