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중이던 한 여성이 어린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편에게 무참하게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1일 경기 광주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이날 자신을 다섯 번 가정폭력으로 신고한 뒤 광주에서 별거하면서 이혼 소송 중이던 아내 B씨를 찾아가 살해했다. B씨는 법원의 임시보호명령 결정을 받았으나, 이혼소송 서류 송달 과정에서 주거지 비공개 요청을 하지 않은 탓에 변을 당했다. 뒤늦게 이를 알고 광주경찰서에서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지만, 남편의 범행을 막지 못했다.
이번 사건은 2025년 화성동탄, 인천 등지에서 연쇄 발생한 친밀관계 살인 사건들의 전개 과정과 흡사하다. 아내는 지난해 3월부터 가정폭력 신고를 할 때마다 매번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혔다. 보복이 두려웠을 것이다. 부부의 거주지 관할인 수원장안경찰서는 지난 5월 자체 수사를 벌여 A씨를 가정폭력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지만, 구속·유치·전자장치 부착 등 강제 분리 조치는 없었다. 광주경찰서는 스마트워치를 지급했지만 피해자 보호에 실패했다.
올해 초 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전진숙 국회의원이 가정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법 명칭을 아예 ‘친밀관계 폭력범죄 처벌 및 피해자 권리보장 특례법’으로 바꾸어, 모든 친밀관계 폭력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해자 분리를 강제하는 입법안이다. 제안 이유로 현행 법으로는 가정폭력은 물론 친밀관계 폭력 범죄 예방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입법안은 여태껏 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교제관계 정의가 힘들다는 이유로 입법이 불발된 전례를 반복 중이다. 입법이 지체되는 동안 지난 7월엔 성남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성평등가족부가 답답했는지 입법 없이 교제폭력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젠더폭력 대응 세미나’에서 그 이유를 밝혔다. 전체 살인 사건 3건 중 1건이 배우자·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경찰청 범죄통계를 공개했다. 친밀관계 폭력범죄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독일의 사례도 소개됐다.
제도의 사각에서 법원과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응한 탓에 억울하게 숨지고 생명의 위협을 받는 피해자들이 무수하다. 친밀관계 폭력범죄의 치명적인 폐해도 알고, 이를 막을 방법과 수단을 알면서도 국회는 관련 입법을 지체시킨다. 관계부처는 입법 지체를 원망하며 법 없이 대응할 공동대응체계를 만들겠다고 한다. 나라가 이러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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