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 감수성’ 갖고 문제 제기
경기장 발전했다는 점 ‘고무적’
조직문화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
다수 목소리 내는 거버넌스 희망
2026년 여름은 한국 축구 종사자와 팬에게 힘겨운 계절로 기억될 것 같다. 한국 축구는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손흥민, 이강인같은 선수와 박항서, 김상식 같은 감독을 배출하였지만, 아름다운 축구 경기가 이루어지는 데 필요한 좋은 거버넌스 시스템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
지금 대한축구협회(이하 축협)는 전방위적 비판을 들으며 개선을 위한 산통을 겪고 있다. 지난 7월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K-축구 혁신위원회’가 꾸려져 거버넌스 개선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축구 거버넌스 개선의 하나로 축협은 프로축구리그 판정을 심사하는 ‘프로심판평가협의체’ 개선안을 지난 8월25일에 발표하였다. 프로심판평가협의체는 매주 K리그에서 나온 주요 판정을 검토해 정심과 오심 여부를 최종 결론짓는 기구다. 7인 체제로 하면서 비심판 출신 비율을 1명에서 3명으로 늘렸는데 심판 출신들끼리 판정을 감싸준다는 불신을 해소하려는 취지이다.
그런데 이 발표가 있은 지 3일도 채 되지 않아 여자프로축구경기(WK리그)에서 심판의 성차별적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발생하였다.
지난 8월28일 수원FC 위민과 서울시청 경기에서, 지소연 선수가 배선영 주심의 판정에 항의하자 주심이 생리를 뜻하는 은어 ‘걸스데이’를 쓰면서 “예민하다, 생리하나 봐”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 발언을 들은 지 선수가 심판에게 항의하면서 경기가 약 4분간 중단됐고, 지소연은 경고를 받아 다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었다.
배 주심은 처음엔 발언을 부인했다가 이후 “우리끼리 한 말이었다”며 실언을 인정했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이를 ‘인권 침해’로 규정하며 해당 심판의 퇴출과 중징계, 비상대책위 구성, 투명한 심판 배정 기구 출범을 요구했다. 여자축구연맹도 진상조사를 착수한 상태다.
진상조사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이 논란에서 2가지를 짚고자 한다.
첫째, 이 논란에서 여성 선수가 월경 때문에 신경이 더 예민하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맞는지 여부가 문제의 중심이 아니라는 점이다. 월경이 여성 선수에게 문제가 된다는 주장은 스포츠과학계에 실제로 존재하고 연구되고 있지만, 증거 수준은 아직 잠정적이고 논쟁적인 단계라서 인과관계가 확립되지 않았다. 이 논란에서 문제 핵심은 자기 판정에 대해 항의하는 선수에게 여성의 신체 특성을 가지고 비난하고, 거기에 대해 항의하는 선수에게 경고를 주어 불이익을 준 심판의 인식과 태도이다.
그리고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인식을 심판들끼리 공유하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프로심판평가협의체 제도 개선과 함께 여성 선수에 대한 성차별적 인식을 개선하여 ‘심판조직 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해 보인다.
둘째, 선수가 ‘성인지 감수성’을 가지고 심판의 발언에 대해 문제 제기할 수 있는 경기장으로 발전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지 선수는 경기 종료 후 인터뷰에서 배 주심이 다른 부심과 무선으로 교신하면서 성차별적 발언하는 것을 듣고, 주심에게 “선생님, 그런 말씀 하시면 징계감이에요”이라고 항의하면서 경기가 4분간 중단되고 결국 경고받았다고 말했다.
WK리그가 출범한 지 15년간 여성 선수들이 심판 판정에 대해 항의하면서 심판에게 이런 발언을 들은 것이 지소연 선수가 과연 처음이었을까? 남녀를 통틀어 한국 축구 A매치 최다 득점·최다 출전 기록을 보유하고, 일본, 영국,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지 선수였기에 심판에게 항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 선수 모습에서 지난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 획득 직후에 배드민턴협회 문제점을 밝힌 안세영 선수 모습이 보였다.
앞으로는 세계 최고 정점에 이른 선수나 감독만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 관계자 다수가 문제점에 대해 목소리를 내어 함께 문제를 해결해 가는 거버넌스가 구축되기를 희망한다.
/이현서 아주대 스포츠레저학과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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