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상 지목보다 현실 이용상황 반영”

1966년 항공사진 토지 이용현황 인정

“불법 형질변경은 피고가 입증해야”

부천 종합운동장 일원 역세권 융·복합개발사업 토지이용계획도. /부천시 제공
부천 종합운동장 일원 역세권 융·복합개발사업 토지이용계획도. /부천시 제공

공부상 지목이 ‘임야’인 토지가 실제로 농지 등으로 이용돼 왔다면 수용보상금은 지목보다 현실의 이용상황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과거 이용이 불법 형질변경이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면, 현재의 지목만으로 보상 기준을 달리할 수 없다는 취지다.

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인천지법 행정1-2부(재판장·최상수)는 지난달 27일 부천 역세권 융·복합개발사업(2차 및 3차)과 관련해 토지주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부천시를 상대로 낸 수용보상금 증액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 가운데 4명을 제외한 토지주들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LH와 부천시는 법원 감정 결과에 따른 보상액과 기존 재결액의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 이번 판결로 인정된 보상금 차액은 총 22억원이다.

핵심 쟁점은 일부 토지의 공부상 지목과 실제 이용상황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공부상 임야였던 토지 가운데 일부는 법원 감정 과정에서 1966년 항공사진 등을 분석한 결과 당시 전·답·과수원 또는 대지 등으로 이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토지주들은 과거 이용현황을 보상액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당시 토지 이용이 불법 형질변경에 해당했다는 피고 측의 입증 여부를 따졌다.

재판부는 “개간 허가 등의 대상에 해당함에도 허가 없이 개간됐다는 점에 관해 피고의 주장·증명이 없으므로, 1966년경의 위와 같은 이용 현황이 불법형질변경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토지보상법은 손실보상액을 원칙적으로 가격시점의 현실 이용상황을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한다. 불법 형질변경 토지는 예외적으로 형질변경 당시 이용상황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재판부는 공부상 지목과 실제 이용상황이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불법 형질변경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당시 허가나 신고가 필요했는지, 필요했다면 이를 받지 않고 형질을 변경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입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법원은 1966년 당시 이용현황을 반영한 법원 감정을 채택했다. 일부 토지는 전·답·과수원 등으로 평가됐고, 기존 재결보다 높은 보상액이 산정됐다.

재판부는 “손실보상액을 산정함에 있어 현실의 이용상황을 반영하고 이 사건 토지의 특성과 가격형성상의 모든 요인을 보다 적정하게 평가한 것으로 보이는 각 법원감정을 채택해 원고들에 대한 보상액을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개발제한구역 지정 이후인 2021년 무렵 허가 없이 이뤄진 형질변경 또는 여러 필지를 하나로 묶어 평가하거나 향후 개발이익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편, 부천 종합운동장 일원 역세권 융·복합개발사업은 부천시와 LH가 49만823㎡ 부지에 1천363가구 규모의 주택과 스포츠·문화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부천/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