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시도협의회장 자격 국무회의 배석
국정운영 동반자 걸맞게 말하고 행동해야
‘정치 자산’이 ‘시민 자산’ 확산 본인에 달려
박찬대 인천시장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은 이재명 대통령이다. 그런데 최근 그 자산이 오히려 박 시장의 약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달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이하 시도협의회장) 자격으로 배석한 박 시장이 이 대통령과 대화하는 장면을 보고 나서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이 “이재명 정부의 철학과 국정 방향을 깊이 새기고 돌아가서 정부의 좋은 정책들이 지역 현장 곳곳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한 부분에는 ‘깊이 새긴다’는 구절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현장의 제언들을 부지런히 전해 올리도록 하겠다”는 발언에서는 ‘올린다’는 표현이 걸렸다. 의례적 인사말로 보기엔, 혹은 이 대통령과의 친분을 일부러 드러낸 ‘정치적 액션’으로 봐 넘기기엔, 지방정부 대표자로서 적절하지 않은 언사였다고 본다. ‘정치인 박찬대’가 아닌 시도협의회장 자격으로 국무회의에 배석한 첫 자리였기 때문이다.
시도협의회장이 국무회의에 배석하게 된 건 국무회의 규정(대통령령) 개정령이 지난 7월 공포되면서부터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의 국무회의 배석 근거도 함께 신설됐다. 그 취지는 ‘지방자치 시대에 맞춰 국무회의 배석자의 지방정부 대표성을 강화하고, 국정운영에 지방정부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는 데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를 열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대등한 국정운영의 동반자 관계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는 국무회의 규정을 고치면서 시도협의회장을 비롯한 지방정부 대표·수장을 국무회의에 배석하게 하는 목적이 자치·분권에 있음을 밝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방정부 대표 자격으로 국무회의에 처음 나온 시도협의회장이라면 대통령과 국정운영의 동반자 자격에 걸맞게 말하고 행동했어야 한다. 박 시장은 이 대통령 앞에서 저자세를 보였는데, 그건 화기애애함과는 다른 종류의 모습이었다. 당시 국무회의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다.
박 시장과 이 대통령은 ‘특수한 관계’로 인식된다. 흔히 ‘친명계’로 불리는 정치인보다 더 이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인천시장 선거에 나서게 된 배경이 이 대통령의 출마 권유에 있었다는 말이 있다. 박 시장의 선거 출마 과정은 역대 후보들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었다. 그는 공식 출마 선언 없이 정당 공천부터 받았는데, 공천장을 받기 한 달 전쯤 이 대통령에게 먼저 출마 의사를 드러낸 적이 있다. 올해 2월 초 청와대에서 열린 비공개 오찬에서 박 시장이 이 대통령에게 “시장합니다, 밥 주세요”라고 한 말이 언론을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당시 인천지역에서는 ‘인천시민이 아닌 대통령에게 먼저 출마선언을 한 꼴’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박 시장은 선거 기간 “이재명 정부의 과감한 추진력을 인천으로 온전히 끌어오겠다”고 강조하는 등 ‘이재명 마케팅’을 벌여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 대통령의 존재를 빼놓고 ‘인천시장 박찬대’를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역대 인천시장 가운데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는 이는 최기선 시장 이후 박 시장이 처음이다. 시장이 현직 대통령과 ‘정치적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건 시민에게도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기에, 시장이 ‘친명 정치인’이라는 사실 자체는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 시장이 이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 나가는지가 중요하다. 이재명 정부 국정 철학을 전파하는 건 시장 또는 시도협의회장이 담당할 일이 아니다. 시도협의회장 자격으로 국무회의에 배석하는 박 시장은 중앙정부 정책이 인천을 포함한 각 지역에서 시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고 개선책을 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무회의에 배석하는 시도협의회장의 발언권 제한 규정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배석자 발언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해 지방정부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건 국무회의 개정령안 입법예고 과정에서도 의견으로 제시된 바 있다. 대통령과 가까운 시장일수록 ‘거리두기’를 하며 더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적 자산을 시민의 자산으로 확산시킬 수 있을지는 박 시장 본인에게 달려 있다.
/김명래 인천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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