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취업 청년에게 자격증 응시료를 지원하는 경기도 ‘청년 역량강화 기회지원 사업’이 하반기 접수 첫날 서버 다운으로 전면 중단됐다. 상반기 조기 마감으로 하반기 사업만을 기다려온 청년들은 모니터 앞에서 허탈해졌다. 수개월간 지원금을 고대한 청년들에게 돌아온 것은 부실한 대비와 안일한 행정이 초래한 ‘선착순 지원’의 파행이었다.
이번 사업은 도와 30개 시·군이 사업비 36억3천만원을 투입해, 2만4천200명에게 1인당 최대 30만원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미취업 청년의 자립을 돕겠다는 취지는 흠잡을 데 없다. 하지만 선의로 시작된 정책이라도 집행 과정이 부실하면 취지가 무색해진다. 경기도일자리재단은 접속량 급증에 따른 시스템 지연이라 해명하고 시·군별 분산 접수 재개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수요 예측에 실패한 차원을 넘어 공공복지 정책의 공정성 문제로 번지고 있다.
문제는 ‘선착순 배분’이라는 행정 편의주의다. 기회의 균등을 앞세운 선착순 방식은 심각한 구조적 불공정을 내포한다. 이런 병폐는 매달 반복되는 경기지역화폐의 ‘충전 오픈런’에서도 빚어지고 있다. 정보 접근성이 높고 기기 조작에 능숙한 이들이 혜택을 독식하는 동안, 고령층과 디지털 정보 취약계층은 시작도 하기 전에 소외당한다. 지자체들이 ‘사전 접속 차단’ 등 보완책을 내놓았으나 체감할 만한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 여기에 연말까지 착한가격업소 이용 시 추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지역화폐 충전 자체에서 소외된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고물가만큼이나 높아질 것이 자명하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도민 간 복지 수혜의 격차를 넓히는 역설을 낳고 있는 셈이다.
공공 행정에서 선착순은 공정한 기회가 아니다. 디지털 기기 접근성이 높은 이들에게 유리한 ‘속도전’이 된다. 전체 납세자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공공 재정 정책이 특정 계층의 소비 보조금으로 고착화된다면, 납세자의 보편적이고 평등한 권리가 훼손된다. 일정 기간 신청을 받은 뒤 재정 취약성에 따라 우선순위를 부여하거나, 최소한의 기본 혜택을 전체 납세자에게 공정하게 분배한 후 잔여 예산을 활용하는 방식 등 대안은 얼마든지 있다. 국민이 체감하는 행정은 사각지대를 없애는 배분의 공정함에서 시작된다. 한정된 예산을 이유로 선착순이라는 불공정한 룰을 강요해온 행정에 대한 재설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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