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산맥 ‘빙하호 붕괴 홍수’(GLOF)로 인한 인명 피해가 막대하다. 네팔 재난관리청이 1일(이하 현지 시간) 발표한 사망자가 1천50명, 실종자가 3천916명이다. 중국 티베트 자치구에선 16명이 사망하고, 546명이 실종됐다. 네팔의 인명 피해가 압도적이다. 홍수가 발생한 지난달 26일 이후 사망·실종자가 급증한 추세를 감안하면, 9천 명이 사망한 2015년 네팔 대지진의 인명 피해 규모를 넘길지도 모른다.

히말라야 빙하 대홍수는 대량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최초의 기후변화 재난으로 기록될 듯싶다. 지구 온난화와 인류의 종말을 경고하는 전 지구적 위기 경보가 울린 지 오래지만, 순식간의 대량 인명 피해로 기후 위기를 체감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댐 건설 현장에서 실종된 한국 기술자 9명을 비롯해 인도의 순례객, 세계 각국의 등반객과 관광객 등 다국적 피해로 국제사회가 기후 재앙을 현실적 위기로 깨닫게 된 것이다.

정치·경제·사회 격변이 취약계층을 가장 먼저 덮치듯이, 기후 대전환 시대의 피해도 약소국부터 시작된 형국이다. 지구 온난화의 가장 큰 재앙은 해빙이다. 경제강국들의 탄소 배출로 뜨거워진 지구의 극지방 빙하들이 녹아 사라지고 있다. 히말라야는 빙하 대신 수천 개의 빙하호를 산맥에 품었고, 남·북극 해빙으로 해수면이 상승한다. 평균 해발고도가 3천200m인 네팔은 히말라야 빙하호 물폭탄에 나라의 운명이 경각에 처했고, 해발고도가 가장 낮은 섬나라 투발루는 국토가 수몰 중이다.

선진 강대국이라고 뾰족한 수가 없다. 히말라야 빙하가 다 녹아버리면 갠지스강, 인더스강, 양쯔강, 황하, 메콩강의 발원지가 사라진다. 유구한 인도, 중국 문명이 멈출지 모른다. 시베리아 동토 해빙이 가속화되면 순록을 떼죽음시킨 탄저균이 인간을 위협할 수 있고, 빙하와 동토층의 탄소가 기화되면 지구 온난화 속도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단다.

국제사회는 2015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로 제한하는 파리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탄소배출 2위국인 미국은 협정을 탈퇴했고, 세계 배출량의 30%를 뿜어내는 1위국 중국이 협정의 주도국 행세를 하고 있다. 네팔 빙하호 붕괴 홍수 참사는 인류 살상의 서막을 올린 기후 대전환 시대의 살벌한 전주(前奏)다. 인류의 욕망만큼 기후의 보복도 잔인해질 테다. 인류가 예측불허의 절대 위기에 직면했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