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직 전환 운영주체개편 더뎌 6년간 道 지출

재정혁신TF, 일반회계 전출분 급증 상황 지적

올해 1조1천억 가운데 정부 비용은 고작 800억

재정난 가중땐 지역간 규모 편차 ‘안전 불평등’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지방재정 대개편에 나선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소방관 인건비 부담’을 우선 해결 과제로 꼽았다. 국가직 공무원인 소방공무원의 운영비를 지방정부가 책임지는 이중 구조는 문제가 있다는 데 따른 판단이다. 꾸준한 인구 유입으로 소방 인력도 그에 따라 지속적으로 확충해야 하는 상황은 도 재정에 부담을 더한다.

추 지사는 앞서 지난달 9일 자신의 SNS를 통해 “‘국가직’인 경기도 소방공무원 약 1만1천명에 대한 인건비 1조1천여억원을 도가 부담하고 있다”며 이런 재정 구조에 모순이 있다고 말했다.

민선 9기 경기도는 출범 직후부터 재정 개편이 필요한 대상 중 하나로 소방 인건비를 짚어 왔다.

도 재정 구조 진단을 맡은 재정혁신TF의 조임곤 경기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역시 TF 마무리 브리핑에서 도 재정이 가진 3대 문제점 중 하나로 소방 운영 비용을 꼽으며 “소방 분야 일반회계 전출분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방 재정에 쓰이는 소방안전특별회계 재원 1조5천655억원 중 약 90%를 도의 일반회계 전입금, 다시 말해 도 일반 재원으로 충당하고 있는 가운데 소방 인력이 갈수록 증가해 이 같은 부담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추미애 도지사, 중앙지방협력회의서 방안 논의

李대통령에 담배소비세 일몰재원 활용 제안도

“국민생명과 직결된 조직, 국가차원 논의해야”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5일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경기도 재정상황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8.5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5일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경기도 재정상황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8.5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추미애 도지사는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소방 재정 문제를 거론했다. 연일 소방 재정 개편을 거론하는 배경에는 국가직 공무원에 속하는 소방관의 예산·인사권을 지방 정부가 쥐고 있다는 불균형이 있다.

정부가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추진한 지 약 6년이 지났지만, 실질적인 운영 주체를 전환하는 속도가 더딘 탓에 도가 부담해야 할 몫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앞서 지난 2020년 4월 문재인 정부는 전국 소방 공무원을 5만여명을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전환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국가가 책임지고, 소방 인력의 업무 역량이나 처우에 시도별로 차이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국가직 전환과 함께 마련한 근거 법령인 ‘소방재정지원 및 시·도 소방특별회계 설치법’은 지역 소방공무원의 인건비를 시·도지사가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추 지사 역시 인건비 부담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소방은 지방사무가 맞다. 그 사실을 부정할 이유도 없다”고 전제했다. 소방사무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광역자치단체의 자치사무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6년간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소방공무원은 소속은 국가직이지만 예산 및 인사 책임은 여전히 지방 정부에 있는, 이른바 ‘무늬만 국가직’이 된 셈이다.

그 사이 도에 배치된 소방직 공무원은 1.4배 증가했고, 인건비를 포함한 부담 비용은 1.8배가 커졌다.

실제 올해 기준 도내 근무 중인 소방공무원의 인건비 1조1천억원 가운데, 정부의 비용은 800억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1조200억원은 도의 몫이었다.

정부의 역할은 매년 담배개별소비세의 45%를 소방안전교부세로 편성해 각 시도에 지원하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현장 소방공무원들은 이런 이중구조를 단순히 재정 부담 문제로만 바라볼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도의 재정난이 가중되면 장기적으로 소방 인력 확충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수원시 권선구 수원남부소방서에서 소방관들이 장마철 침수 사고 등에 대비해 동력펌프 등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2026.7.2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수원시 권선구 수원남부소방서에서 소방관들이 장마철 침수 사고 등에 대비해 동력펌프 등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2026.7.2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여전히 지역 간 ‘안전 불평등’이 생기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관련 법에 따라 소방청은 시도별 소방 수요를 파악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정원 조정을 요구할 수 있지만, 정부는 총 증원 규모를 정할 뿐 지역별 규모는 각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의사를 반영해 결정하고 있다.

도내 현직 소방관은 “도내 일부 시군은 소방서를 새로 짓더라도 가서 일할 소방관이 없을 정도로 인력이 부족하다. 인력 확충은 정말 중요한 과제”라며 “도는 여태껏 다른 시도에 비해 소방 조직의 재정이나 여건이 나은 편이지만, 재정과 함께 소방 조직이 거론되는 게 우려가 된다. 국가직 전환 취지에 걸맞게 인사 및 예산 권한을 행안부로 이양하거나 책임 부담을 정부와 함께 나누는 식으로 역할을 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소방 인력 확충이라는 필수 안전 과제와 인건비 부담을 두고 도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꾸준한 인구 유입에 따라 소방 인력 증원이 불가피하지만, 재정난에 처한 상황에서 부담을 오롯이 짊어져야 하는 딜레마에 놓였기 때문이다. 도 인구는 2020년 1천400만명을 돌파한 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소방청이 전국 소방 공무원을 매년 1천명씩 증원해 2030년까지 5천명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첫해인 올해 도는 소방관 정원 규모를 지난해보다 288명 늘어난 1만1천559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전국 지자체 중 가장 큰 규모다.

추 지사는 지난달 26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한 자리에 만나 주요 현안을 다루는 협의체인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도 소방 조직 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추 지사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지방 정부가 소방 조직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재원에 대한 정부 지원 폭을 늘릴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올해 말 일몰될 예정인 담배소비세분의 지방교육세를 지역자원시설세로 전환하고, 이를 도 소방·안전 관련 재원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현재 담배 소비세 중 지방교육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4%가량이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법령을 제대로 정리하고 재원, 예산 등을 확보한 뒤 국가직 전환이 이뤄졌어야 하는데, 순서가 뒤바뀌다보니 곳곳에서 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소방 조직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직결되는 조직인 만큼, 재정 상황에 따라 조직 운영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방안이라도 국가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