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거주 800명·연수엔 복지회관
개정되면 전국서 2천~2500명 추정
러 동포사회 들뜬 마음 ‘절차 문의’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13년간 홀로 한국에 살았어요. 드디어 러시아에 있던 딸이 한국으로 들어와 함께 살 수 있게 돼 기쁩니다.”
사할린동포 1세대인 남편과 함께 1995년 한국에 돌아와 살고 있는 박선옥(80)씨는 3일 러시아 하바롭스크에 살고 있는 딸에게 연락해 감격에 찬 목소리로 “우리가 함께 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사할린 동포가 사망하더라도 사망 당시의 배우자, 자녀, 자녀의 배우자도 영주귀국 지원대상에 포함되도록 하는 ‘사할린동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령안’이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9월3일자 2면 보도), 박씨의 딸도 한국에 올 수 있게 됐다.
박씨는 사할린동포 1세대 남편과 함께 영주 귀국했지만, 지난 2013년 남편이 사망하면서 그의 딸은 한국에 돌아오지 못했다.
박씨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이후 딸이 한국에 영주귀국할 수 있는 길이 막혀 딸을 그리워하며 살았다”며 “이산가족처럼 떨어져 지냈는데, 이제 딸과 함께 한국에서 살 수 있게 돼 행복하다”고 했다. 그의 딸은 한국에서 박씨와 함께 살아갈 날을 꿈꾸며 러시아에서도 한국어를 공부해왔다고 한다.
사할린동포가 사망해도 그의 배우자와 자녀가 모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지원 경로가 열리면서 귀향을 염원하던 사할린동포들은 발 빠르게 영주귀국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늘어날 영주귀국 지원대상은 2천~2천500명으로 추정된다.
박순옥 사할린한인협회 회장은 “부모를 잃은 사할린동포 2세대들도 영주귀국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러시아의 사할린동포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며 “다들 벌써부터 영주귀국을 신청하려면 어떤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지, 한국에 돌아가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할지 들뜬 마음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사할린동포는 약 800명으로, 연수구에는 사할린동포 요양 시설인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이 있다.
이영은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 사무국장은 “회관에 거주하고 있는 동포 분들이 자녀들도 서둘러 한국 국적을 얻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며 “고령의 동포들은 건강상의 이유로 가족들을 보러 직접 러시아로 가시지도 못했는데, 이젠 자녀들을 자주 볼 수 있다고 하니 무척 기뻐하신다”고 했다.
‘사할린동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 2021년부터 영주귀국 지원대상 확대를 요구해 온 동포들과 지원 단체들은 이러한 변화를 반기고 있다.
최상구 지구촌동포연대 대표는 “한국과 러시아에 흩어져 지내야 했던 가족이 다시 뭉치고, 동포들이 귀환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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