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30분’.
우스갯소리처럼 떠도는 인천 시내버스를 향한 괴담이다. 이 이야기는 인천 송도 결혼식에 참석한 고교 동창들의 채팅방에서 시작됐다. 다들 결혼식장까지 1시간30분이 걸린다고 하자 ‘같은 지역에서 오냐’는 웃지 못할 반응이 나온 것이다. 이들의 출발지는 각각 부산, 강남, 제주도, 검단, 계양이다. 물론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이를 듣는 인천시민 입장에선 씁쓸하다. 인천 시내버스 정책의 붕괴를 적나라하게 빗댄 표현이다.
‘인천을 생각하고 연구하는 모임’(이하 인생연모)은 지난달 27일 ‘인천 대중교통 체제의 현황과 과제’란 제목으로 제2차 인천시민연구포럼을 열었다. 이날 인천녹색당 정인해 사무처장은 ‘인천의 대중교통 시민 설문과 전환의 방향’, 더좋은경제연구소장 김용구 박사는 ‘인천시 주요 지점 교통량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시내버스는 세 가지 측면에서 매우 유용하다. 서민들의 대표적인 이동 수단이고, 도심 교통의 효율을 높이며, 기후 환경 부담을 줄인다는 점이다. 그러나 인천 시내버스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오히려 시민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말 그대로 교통정책의 붕괴다. 더욱 통탄할 일은 인천시의 자세다. 뜯어고치려 노력하기는커녕 관성적으로 구멍이 숭숭 뚫린 정책을 유지하며 매년 막대한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
인천시는 2009년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며 시내버스 운영 방식을 민간에서 준공영제로 전환했다. 이후 시내버스 회사에 대한 재정 지원금이 2016년 595억원, 2020년 1천536억원, 2024년 2천306억원으로 매년 널뛰고 있다. 돈 먹는 하마다. 이렇게 막대한 예산을 지출하고도 시내버스는 정작 시민들로부터 원성의 대상이다. 철도 연계, 서울 통근, 신도시 중심에 치우친 교통정책이 정작 시내 간 이동의 효율성을 외면한 탓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시내버스가 사모펀드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막대한 시민 혈세가 사모펀드의 호주머니로 향하고 있다. ‘죽 쑤어서 개 주는 꼴’이다. 인천경실련에 따르면 사모펀드가 인수한 인천 시내버스는 현재 9개사, 48개 노선, 624대에 이른다. 인천 전체 버스회사는 42개(239개 노선, 2천417대)다. 사모펀드의 이익 실현용으로 활용되는 버스 대수 비율은 전체와 비교해 무려 26%에 이르며, 앞으로 그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이익 실현이 존재 이유다. 이들의 머릿속엔 공공성이 안중에도 없다. 이 때문에 배차 간격 증가, 차량 정비 축소, 노동 강도 강화 등의 비용 절감 수단을 앞세울 것은 뻔한 일이다. 이런 우려는 인천 녹색당이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시내버스 이용 불편을 묻는 설문에 30%가 넘는 시민들이 ‘배차 간격이 가장 큰 불만’이라고 답변했다. 만족도는 각각 만족 18%, 불만족 36%로 두 배가량 부정적 답변이 많았다. 사모펀드 시내버스 장악이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진다는 방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민들이 시내버스 이용을 외면하는 건 당연하다. 인천의 교통 분담률은 2022년 기준 승용차가 64.4%로 서울(37.1%)에 비해 훨씬 높다. 반대로 인천의 대중교통 분담률은 32%로 서울(58.7%)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김용구 박사는 이 같은 구조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의 구조적 대중교통 정책 실패가 시민들을 승용차 이용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교통정책 설계 과정에서 헛다리를 짚은 혹독한 대가다. 정책 당국자들이 한심하다. 제대로 된 시내버스 정책은 교통의 효율성에 그치지 않는다. 도심 오염 완화의 근간이 될 것이고 에너지 비용 절감, 시민들의 경제적 부담 완화, 도로 기능의 효율성을 높이는 순기능이 꾸러미다.
이제라도 정책 당국자들에게 요구한다. 인천 대중교통 정책의 중심을 서울 통근에서 시내 간 이동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 시민 혈세의 낭비를 막기 위해 사모펀드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완전공영제 또는 시민들의 기본교통권 확대를 위한 대중교통 무료화도 검토해야 한다. 이번 연구가 인천시 대중교통 정책 전환의 획기적인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희동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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