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등 4개 항만공사 통합
항만시설·배후단지 투자 늦으면
대중국 수출입 경쟁력에 부정적
논의 과정 등 이해 대변 창구 줄어
부산항 보조하는 항만 전락 우려
정부가 3일 발표한 4개 항만공사 통합안이 시행되면 인천항만공사는 독립 공기업에서 ‘한국항만공사’(가칭)의 지역지사로 전환된다. 정부는 지역지사에 지역별 특화사업을 맡기겠다고 밝혔지만, 정책·기획·투자 결정 기능이 통합공사로 집중되면 인천항만공사의 독자적인 의사결정 권한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게 항만업계의 전망이다.
■ 투자 위축·물동량 정체…인천항 ‘축소 악순환’ 우려
인천항에 대한 정부의 재정투자는 최근 크게 감소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일영(인천 연수구을) 의원이 해양수산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산항 투자액은 2021년 2천514억원에서 지난해 4천616억원으로 83.6%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인천항 투자액은 1천772억원에서 614억원으로 65.4% 줄었다. 정 의원은 지난해 인천항 재정투자 규모가 광양항과 새만금신항보다도 작았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물동량을 놓고 평택항 등과 경쟁하는 인천항으로서는 항만시설과 배후단지에 대한 투자가 늦어질수록 화물 유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쟁력 저하는 물동량 정체로 이어지고, 투자 필요성과 경제성을 낮게 평가받는 근거가 될 수 있다.
현재 인천항에서는 신항 배후단지와 아암물류2단지 개발 등이 추진되고 있다. 중국발 전자상거래와 Sea&Air(해상·항공 복합운송) 화물을 유치하기 위한 특화 물류시설 확충 등 새로운 투자도 필요한 상황이다.
통합 이후 지역지사의 예산·사업 결정권이 축소되면 항만 간 투자 우선순위 조정 과정에서 인천항에 배정되는 투자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인천 항만업계의 우려다.
정 의원은 “만약 통합공사 본사가 부산에 설치되고 정책·기획·투자 결정 기능까지 부산으로 집중되면 수도권 해운·물류체계와 대중국 수출입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 ‘옥상옥’ 구조로 의사결정 지연…지역 목소리 낼 창구도 축소
정부는 항만 간 연계를 강화하고 해외 물류거점을 공동으로 조성하려면 항만공사 통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배준영(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 의원은 전산시스템 공동개발과 공동구매, 연구개발, 해외마케팅 등은 법인을 합치지 않고도 항만공사 간 협업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배 의원은 “법인까지 합쳐 무엇이 얼마나 절감되고 어떤 효율이 높아지는지 정부가 근거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통합공사 본사 아래 지역지사를 두는 ‘옥상옥’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에는 인천항만공사가 자체적으로 판단하던 투자와 항로 유치, 배후단지 운영 등이 통합공사 본사의 지침과 승인을 받게 되면 의사결정 단계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 한 창고업체 관계자는 “통합공사 본사와 지역지사를 거치게 되면 실제 물류 현장에 필요한 정책을 신속하게 반영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인천항 배후단지는 주변지역 공시지가의 영향으로 임대료가 비싼데, 통합 이후 지역 여건을 고려한 각종 할인 정책마저 축소되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항만공사 통합 논의 과정과 통합 이후 인천항의 이해를 대변할 정치적·제도적 창구가 좁아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항만공사를 통합하려면 국회에서 항만공사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현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는 인천지역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다. 법안 심의 과정부터 인천 항만업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인천 한 하역사 관계자는 “인천항만공사가 통합공사의 지침을 수행하는 지역지사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며 “가뜩이나 항만정책에서 인천의 정치력이 약한 상황에서 독립적인 항만공사마저 사라지면 인천항이 부산항을 보조하는 항만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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