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매뉴얼 부재가 부른 비극
정부, 신청주의 한계 개선 착수
재판기록 열람제한 안내 강화
현장 종사자 교육·카드뉴스 배포
정부가 소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 노출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선다. 광주 능평동 살인 사건(9월1일 인터넷 보도)을 계기로 소송 과정 중 개인정보 노출을 막기 위해 마련된 제도의 신청주의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성평등가족부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거주지가 노출될 경우 2차 피해나 신변 위험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지만, 복잡한 법적·행정적 보호제도를 피해자가 직접 알아보고 신청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5일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성평등부는 피해자와 접점에 있는 현장 지원 기관과 지방정부, 법률 지원 인력이 초기 지원 단계부터 제도를 능동적으로 안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점검하고 강화하기로 했다.
성평등부는 그동안 현장 지원기관 등을 대상으로 소송 및 행정절차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개인정보 보호조치와 유의 사항을 주기적으로 안내해왔다.
주요 제도로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주민등록 열람 또는 등·초본 교부 제한, 전자소송 사전포괄동의, 가정폭력 행위자의 피해자나 자녀에 대한 가족관계증명서 등 교부·열람 제한, 주민등록번호 변경, 민사소송법에 따른 법원의 개인정보 보호조치 신청, 행정·민원 절차 제출 서류의 익명 처리 등이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를 소송 당사자에게 안내해야하는 별도의 매뉴얼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수도권의 한 가정법원 판사는 “지난해 7월 개정된 민사소송법이 시행돼 소송 당사자의 개인정보를 가릴 수 있게 됐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를 안내하는 등의 매뉴얼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성평등부는 피해자가 관련 제도를 알지 못해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종사자를 대상으로 주기적인 안내와 교육을 강화하고, 개인정보 보호 제도를 알리는 카드뉴스도 제작·배포할 계획이다.
또 소송 과정에서 피해자 정보가 노출되는 사법 시스템의 허점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력해나갈 방침이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특히 이혼소송 과정에서 피해자의 주소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재판기록 열람 제한 신청 방법을 안내할 예정”이라며 “피해자는 사건 담당 재판부에 ‘재판기록 열람 등 제한신청서’를 서면이나 전자소송을 통해 제출할 수 있고 신청서에는 비공개를 원하는 개인정보 항목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기재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1일 광주시의 한 다세대주택에서는 30대 남성이 가정 폭력을 피해 피신해있던 배우자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피해 여성은 남성의 가정 폭력을 피해 광주의 친인척 집으로 피신해있었는데, 남성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거처의 주소가 드러났다. 피해 여성은 소송 제기 당시 주소 노출을 막기 위한 개인정보 비공개 처리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시은·유혜연·이영지기자 s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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