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북부권 재개발 ‘고도제한 벽’에 막히나
4년 뒤 김포공항 반경 고도제한 범위 확대
정비사업 4곳 몰린 계양·부평·서구 타격
인천시 “내년 국토부에 개선안 제출”
앞으로 4년 뒤 김포국제공항 일대 인천 북부권 지역에 들어서는 일부 아파트, 건물 높이는 최고 30층으로 제한됩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2030년 11월부터 개정한 고도제한 국제기준을 전면 시행합니다. 개정안은 고도제한 적용 범위를 세분화하는 내용으로, 비행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구역은 일부 완화하기 위한 취지입니다.
■ ICAO 개정안 시행… 고도제한 반경 최대 10.75㎞ 늘어
인천은 인천국제공항이 있고 김포공항과도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개정안 시행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현재는 공항 규제 반경을 4㎞로 정하고 건축물 높이를 지상 45m로 일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규제 반경 안에 들어서는 모든 건축물 높이는 아파트 기준 약 15층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개정안이 적용되면 규제 반경은 4㎞에서 최대 10.75㎞까지 늘어나게 됩니다. 규제를 받지 않았던 약 6㎞ 구간에 고도제한이 생기는 셈입니다. 규제 반경은 공항 기준에서 3.35㎞(45m·15층), 5.35㎞(60m·20층), 10.75㎞(90m·30층) 등 총 3단계로 세분화했습니다.
이에 따라 3.35∼4㎞ 구간은 현행 45m에서 60m로 고도제한 기준이 일부 완화되는 효과를 가져와 15m가량 더 높은 건축물을 지을 수 있게 됩니다. 현재의 획일적인 고도제한을 조정하면서 인천공항 인근에 배치되는 항공정비(MRO)나 물류 산업 단지 시설은 이전보다 높고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 효과는 미미하고 고도제한 범위 확대로 인한 규제 등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는 게 인천시를 포함한 공항 인접 지역들의 입장입니다.
■ 규제 범위 확대에 계양구·부평구·서구 정비사업 ‘직격탄’
고도제한 범위 확대는 지역의 항공산업과 같은 경제 분야부터 도시재생, 교통, 환경 등 전방위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 중에서도 주민들의 삶과 직결된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지역은 김포공항 영향권인 계양구와 부평구·서구 일부입니다. 인천공항이 자리 잡고 있는 영종구는 이미 고도제한 규제를 받고 있고 신도시로서 타 지역과 비교해 정비사업 수요가 낮습니다.
계양구는 개정안 시행 시 고도제한 영향을 받는 면적이 65%에서 전 지역으로 확대됩니다. 부평구와 서구 지역은 고도제한 사정권에 들어오면서 새롭게 규제 권역에 포함됩니다.
고도제한 규제 사정권에 들어선 인천 북부권 지역들은 정비사업 수요가 높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인천 도시정비사업 10곳 중 4곳이 이들 지역에 집중돼 있습니다. 인천시 도시정비사업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7월 기준 전체 도시정비사업(준공 지역 제외 139곳) 중 38.9%(54곳)가 계양구, 부평구, 서구에 몰려 있습니다. 특히 서울 접근성이 높고 저층 주거지가 밀집해 개발 압력이 높은 부평구에는 인천 전체 도시정비사업의 23%(32곳)가 집중됐습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북부권 지역에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최대 15~30층 높이로만 건립할 수 있게 됩니다. 고밀·고층 개발이 막히면 분양 세대 감소, 조합원 분담금 증가 등으로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지는 것은 물론 토지 이용 효율성 저하, 공공 기반시설 확충 어려움 등 주거환경 개선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됩니다.
■ 노후계획도시 ‘먹구름’… 각종 인프라 구축 지연 우려도
계양구 계산지구, 부평구 갈산·부평·부개지구는 지난달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 선도지구 대상지로 지정됐지만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를 적용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습니다. 노후계획도시는 조성된 지 20년 이상 된 100만㎡ 이상의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를 특별법을 통해 용적률 상향, 안전진단 면제 등 규제를 풀어줘 재건축을 추진하는 지역입니다. 현행법으로는 불가능한 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해 재건축 사업성과 속도를 모두 확보할 수 있어서 주민들의 관심이 컸습니다. 하지만 개정안 시행 시 고층 아파트를 짓지 못하기 때문에 사업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도시정비사업을 둘러싼 혼란과 갈등은 인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김포공항 영향권에 포함된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목동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 사업시행계획인가 및 관리처분계획인가 등 주요 행정 절차를 마쳐 규제를 피하겠다는 속도전에 들어갔습니다. 서울시, 양천구는 도시정비사업 인허가 기간을 대폭 단축해 층수 제한으로 인한 사업성 약화 등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주택뿐만 아니라 교량, 터널, 고가도로, 발전기 등 각종 교통·에너지 인프라 건설에도 항공 안전성 등을 검토하는 절차가 추가돼 행정 절차 지연, 사업비 증액 등이 우려됩니다.
■ “도심 특성 반영해달라” 수도권 지자체, 국토부에 규제 완화 적용 촉구
고도제한 확대 적용으로 재개발·재건축 마비 및 도심 개발 차질 우려가 커지자 공항 인근 지자체들은 실질적인 완화책 마련을 위해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인천시를 포함해 김포공항 영향권에 있는 서울시, 양천구·강서구, 경기도 부천시 등 인접 지자체들은 공동 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습니다. 각 지자체는 지역에 미칠 영향을 세부적으로 확인하는 연구용역이 마무리되는 대로 규제 완화 방안을 도출할 예정입니다.
이들 지자체는 개정안이 국내에 일률적으로 도입되면 도시정비사업 등 각종 개발사업 추진이 어려워지는 부작용을 우려해 국토부가 국내법 개정 과정에서 지형 여건, 인구 밀집도 등을 고려한 세부 적용 기준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입니다.
도심 내 산 등 자연지형이 고도제한 규제보다 높을 경우 이와 비슷한 높이의 건물 신축을 허용하는 자연차폐 구역을 발굴하고 기존 고층 빌딩에 대한 인공차폐도 인정해 인근 건물의 층수 제한을 완화하는 등 조건부 규제 완화 방안을 함께 찾고 있습니다.
인천시 관계자는 “서울시 등 김포공항 영향권에 있는 지자체들과 다각도로 규제 완화 방안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내년 중 국토교통부에 개선 방안을 담은 안건을 제출하고 관련 내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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