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 vs FC서울 경인더비
‘천할 천’(賤) 걸개, 지역 비하 등장
팬들 “상대 도발 아닌 연고지 모욕”
구단 “도시·시민 존중하지 않는 행위” 성명
프로축구연맹 법무팀 관련내용 검토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 홈 응원석에 인천을 비하하는 혐오 현수막이 게시됐다. 한 도시의 고유한 이름을 변형해 상대 팀을 조롱하면서 시민들까지 비하의 재료로 사용됐다. 최근 고교야구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한 배재고 사태의 충격이 잊히기 전에 그릇된 지역 혐오가 또다시 경기장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인천시민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 혐오가 더 이상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용인되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6 27라운드 FC서울과의 원정 경기를 치렀다. 두 팀의 맞대결은 오랜 기간 치열한 경쟁 구도를 이어오며 ‘경인 더비’로 불린다.
지역 비하 현수막은 경기 종료 직후 FC서울 서포터즈석에 게시됐다. 해당 걸개에는 ‘전달水 + 조건盜 = 人賤 UTD’라는 문구가 적혔다. 인천 시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문구는 ‘사람 인’(人), ‘천할 천’(賤)으로 바꿔 표기한 부분이다. 인천의 올바른 한자 표기는 ‘어질 인’(仁), ‘내 천’(川)이다. 발음은 같은 다른 뜻의 한자로 표기해 인천시민 전체를 비하했다는 것이다.
인천 팬들은 “선을 넘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창단부터 구단을 응원해 온 한 인천시민은 “상대팀을 도발하는 걸개가 흔하더라도 이번 표현은 선을 넘었다”며 “인천이라는 도시 자체를 저렇게 한자로 바꿔 표현한 것은 인천 시민과 연고 지역 전체를 비하하고 모욕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에서도 해당 걸개가 등장하자마자 충격을 받은 팬들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인천 팬은 “이 걸개는 명백한 혐오이자 지역 차별”이라며 “인천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마계 인천’이나 ‘이부망천’ 같은 표현도 불쾌했지만, 이번 표현은 그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해당 현수막 문구에는 전 대표이사와 현 대표이사의 이름도 등장했다. 서울 팬들은 전달수 전 대표이사의 이름 가운데 ‘수’를 물 수(水)로 바꿔 표기했다. 지난 2024년 인천 서포터스의 물병 투척 사건을 연상시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건도 현 대표이사의 ‘도’를 도둑 도(盜)로 적었다. 최근 특별감사가 이뤄지는 구단 내부 상황을 겨냥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 걸개는 인천이 0-1로 패한 뒤 서울 응원석에서 등장했고, 중계 화면을 통해 그대로 노출됐다.
축구경기장 내에서 지역을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걸개가 문제가 된 것은 비단 이번뿐이 아니다. 앞서 K리그에서 지역에 대한 혐오 표현 문제로 구단이 대응에 나선 사례가 있다. 지난 시즌 포항 스틸러스 일부 팬들이 광주 FC 원정 경기에 앞서 광주를 ‘해외 원정’, ‘다른 나라’ 등으로 표현한 게시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문제가 됐다. 해당 표현은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광주를 비하할 때 사용되는 용어로 알려져 있다. 이에 광주 구단은 해당 팬들에 대해 광주 홈경기 출입 제한 조치를 내렸고, 포항 구단에 포항 홈구장에서 열리는 광주전까지 입장을 제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고교야구에서는 지난 6월 제81회 청룡기 대회에서 배재고가 광주일고와의 경기 중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응원 구호를 외쳐 징계를 받은 사건이 대표적이다.
인천 구단은 ‘FC서울 일부 팬들의 인천 지역 및 인천 유나이티드 전·현직 대표이사 등에 대한 모욕·명예훼손 행위에 대한 공식 성명서’를 7일 발표했다. 성명서를 통해 “인천이라는 지역명 자체를 모욕적인 의미로 변형한 표현은 인천이라는 도시와 시민들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인천 팬들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운영하는 ‘K리그 클린센터’에 이번 사안을 신고한 상태다. 클린센터는 승부조작, 부정행위뿐 아니라 스포츠 인권·윤리 관련 사안에 대한 신고를 받아 처리하고 있다.
K리그는 프로축구 질서 확립과 축구 문화 진작을 위해 관련 상벌규정을 두고 있다. 종교적 차별 행위, 정치적 언동, 인종차별적 언동 등이 경기장 관중에 의해 이뤄질 경우 구단에 징계를 내릴 수 있다. 5점 이상의 승점 감점, 무관중 홈경기, 1천만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 또는 경고 등이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K리그 클린센터는 해당 걸개 관련 신고를 접수했다. 법무팀이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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