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서울에선 발견 못해… 나흘간 진행
실미도 사건에서 살아남은 공작원 4명의 유해를 찾는 작업이 인천으로 넘어왔다.
국방부와 실미도희생자유족회는 7일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내 팔각정 인근에서 실미도 부대 공작원들의 넋을 기리고 유해 발굴을 기원하는 개토제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유족들, 국방부와 발굴 작업을 주관하는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 관계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발굴 작업은 1971년 발생한 실미도 사건에서 살아남은 4명의 유해를 찾기 위한 작업이다. 이들은 군법회의를 거쳐 1972년 3월 사형당한 뒤 암매장됐다.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당시 공군본부가 실미도 부대 노출을 우려해 이들에게 ‘대법원 상고 포기 회유’ 등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보고, 국방부가 유해 발굴과 명예 회복 조치를 하라고 권고한 상태다.
국방부가 특정한 유해 매장 추정지는 경기 고양시 벽제시립묘지, 서울 구로구 오류동 옛 공군 정보부대 터, 인천가족공원 팔각정 인근 등 3곳이다. 국방부는 올해 앞선 두 곳에서 발굴 작업을 했으나 유해를 발견하지 못했고, 마지막 작업지가 인천이다. 인천에서의 발굴 작업은 이날부터 오는 10일까지 나흘간 진행될 예정이다.
“오빠, 동생 왔어.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여기 있다고 대답을 좀 해줘.”
실미도 사건에서 살아남은 공작원 중 한 명인 고(故) 이서천씨의 동생 이향순(85)씨는 7일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내 팔각정 인근에서 진행된 개토제에서 제상을 향해 절을 하다 말고 울음을 토해냈다. 이씨를 시작으로 개토제에 참석한 유족들이 모두 오열하기 시작했다. 이미 경기와 서울에서 유해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만큼은 유해를 찾길 바라는 절박함이 느껴졌다.
국방부는 2022년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내린 권고에 따라 실미도 공작원 유해 발굴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유해 발굴 대상은 1971년 8월 발생한 실미도 사건에서 살아남은 뒤, 당시 공군본부의 회유로 대법원 상고를 포기한 채 1972년 3월 사형당한 4명(고 김병염·김창구·이서천·임성빈씨)이다. 이들은 사형당한 뒤 가족들에게 시신이 인도되지 않은 채 어딘가 암매장됐다.
인천가족공원이 경기 고양시 벽제시립묘지, 서울 구로구 오류동 옛 공군 정보부대와 함께 유해 매장 추정지로 포함된 건 2021년 실미도희생자유족회에 날아든 제보 덕분이다. 당시 제보자는 “1972년 당시 부평삼거리 인근에 살았다. 학교에 가는 도중 군인들이 인천가족공원에 시신을 묻고 있는 것을 봤다. 정확한 위치는 인천가족공원 내 팔각정 반경 500m”라고 했다. 제보자가 이 장면을 목격했을 당시 나이는 8살이었지만, 유족들은 이곳에 특히 희망을 걸고 있다.
고 임성빈씨의 동생이기도 한 임충빈(69) 실미도희생자유족회 회장은 “올해 경기 고양시와 서울 오류동에서 두 차례 개토제를 했지만, 오늘이 제일 떨린다. 다른 곳에 비해 제보자가 비교적 정확한 위치를 짚어줬기 때문에 이번에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이 더 든다”며 “유해 매장 추정지 중 인천가족공원이 마지막으로 개토제를 하고 발굴 작업에 들어가는 곳이다. 이번에는 꼭 유해가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했다.
공작원들의 넋을 기리고 유해 발굴을 기원하는 개토제가 끝난 후 본격적으로 발굴 작업이 시작됐다. 유해 매장 추정지는 15평 남짓으로, 이날부터 오는 10일까지 발굴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오류동에서도 오는 14~18일 추가 작업이 예정돼 있는데, 남은 작업 일정에서 유해를 발견하지 못하면 다음 작업은 언제 재개될지 기약이 없다. 이번에도 2024년 10월을 마지막으로 올해 5월 작업이 재개되기까지 1년 반이 걸렸다.
발굴 작업을 주관하는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 우종윤 원장은 “당시 희생된 분들이 반세기가 지나는 동안 어두운 땅속에 묻혀 계시다. 우리 발굴단은 그분들의 가슴을 누르고 있는 흙을 헤쳐서 나올 수 있는 길을 열어드리겠다”며 “더 이상 유족들의 아픔, 국방부와 발굴단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이번에는 꼭 나오시길 (유해가 발견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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