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부도 관련 ‘제 식구 감싸기’ 보도
JTBC 사태 사회적 파장 큰 사건에 소극적
공적 책임 역할 외면한 ‘언론 카르텔’ 실망
대한축구협회(이하 축협)가 초토화되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을 계기로 언론매체들이 축협의 밀실 행정과 관리 부실, 도덕적 해이 등을 집중 공격했다. 단순히 성적 부진을 넘어 조직의 정당성과 신뢰가 흔들리는 등 축협은 설립 93년만에 최대의 시련에 직면했다.
그 와중에서 고려대교우회가 주목을 받았다. 축협이 고려대 출신 인맥을 중심으로 운영됐다는 이른바 ‘고대카르텔’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정몽규 회장과 이임생 기술총괄 이사, 홍명보 감독 등 고려대 출신들이 축협의 핵심 보직을 독점하며 독단적인 행정 구도를 형성했다는 주장이다. 고려대 축구부는 숙명의 라이벌인 연세대 축구부와 함께 한국 축구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으며 수많은 축구 인재들을 배출했다.
고대교우회는 해병대전우회와 호남향우회와 함께 속칭 ‘한국 3대 마피아’로 불린다. 해당 집단들은 한국에서 결속력이 가장 강한 인맥 집단이라는 점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들 3대 사조직은 소속 선후배끼리 사회에서 서로 밀고 당기는 집단 유대감을 자랑한다. 이 때문에 “호남에서 태어나 해병대에 입대하고 고려대를 졸업하면 어딜 가도 굶어 죽지 않을 것”이라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다.
언론계의 제 식구 감싸기는 목불인견이다. 최근 중앙일보 부도 관련 언론의 보도 태도가 대표적이다. 지난 6월19일에 중앙미디어그룹의 모체인 중앙일보가 발행한 어음 220억원을 하나은행 서소문지점이 부도 처리한 것이 발단이다. 같은 날 계열사 JTBC도 우리은행 중앙기업영업본부에 지급 제시된 기업어음 360억원이 부도 처리되었다. JTBC는 지난 6월15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해 재산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받은 상태로, 법원의 허가 없이 채무를 변제할 수 없어 만기 어음을 결제하지 못했다. 이후 지주사인 중앙홀딩스를 비롯해 중앙피앤아이,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등 핵심 계열사들이 잇따라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회생신청은 파산 위기에 놓인 개인이나 기업이 법원에 신청하여 채무를 조정받고, 일정 기간 동안 분할 상환 후 남은 채무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회생신청 관련 사전 통지를 받지 못한 투자자 및 채권자들은 원금회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김웅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JTBC 사태를 홈플러스 사태와 데칼코마니처럼 닮았다고 진단했다. 두 사건 모두 심각한 재정 위기 속에서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하고도 이를 숨긴 채 막대한 규모의 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한 뒤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 채권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친 ‘사기행각’으로 규정했다. 전자단기사채(이하 전단채)란 기업이 단기 자금 조달을 위해 전자증권 형태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하의 회사채이다.
홈플러스는 전단채를 발행하기 전에 이미 협력사 지급 불능, 고금리 사채 차입 등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었다. JTBC도 2025년 8월과 2026년 2월에 심각한 자본잠식(결손금 약 7천33억원) 상황에서 전단채들을 집중 발행했는데 아직 남은 전단채만 885억원이다. 오너경영인들이 회사 정보에 어두운 투자자 및 채권자들에게 폭탄을 넘긴 것이다.
홈플러스는 디폴트가 발생하기도 전인 2025년 3월4일 오전에 전격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 법원은 불과 11시간 만에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JTBC는 디폴트 발생 이틀 뒤인 지난 6월 14일과 15일에 기습적으로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통상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데에는 수개월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홈플러스와 중앙그룹은 사전에 은밀하게 회생신청 준비를 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주목되는 점은 언론의 태도이다.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파트너스는 상당 기간 동안 언론으로부터 흠씬 두들겨 맞았다. JTBC 사태도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인데 언론사들은 한결같이 소극적 보도로 일관, 언론의 공적 책임을 외면했다. 언론의 공적 책임은 사회 공익을 위해 취재, 보도, 논평 등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민주적 여론형성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언론카르텔의 ‘내로남불’에 실망이다.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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