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LIG D&A ‘뇌물 사건’
수원지검 장정윤 검사, 전입전 ‘첩보’
압수수색·포렌식, 계좌 내용 확보
첫 공판준비기일서 대부분 ‘인정’
“형소법 개정, 수사 놓치지 않아야”
방위사업청 공무원과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이하 LIG D&A) 임원이 뇌물을 주고 받은 이른바 ‘LIG D&A 사건’은 작은 첩보 한 통에서 시작했다. 폐쇄적인 방위산업계 수사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다.
‘LIG D&A 사건’ 수사를 맡았던 장정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 검사는 “시작은 비리 행위가 있는 것 같다는 첩보 한 통이었다”고 수사 초기 상황을 돌아봤다.
장 검사가 수원지검 해당 부서로 전입하기 전 대검찰청으로 입수된 정보였다. 첩보 내용에는 사업명조차 없었다. 결국 범위를 좁혀 나가며 어떤 사업인지 특정하고 혐의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수사가 진행됐다.
혐의가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사업 평가 단계에서 평가 점수가 유독 다른 위원들에 비해 차이가 나는 정황, 계좌 추적을 통해 사업기간 비정상적으로 수입이 늘어난 점 등을 기반으로 수사망을 좁혀갔다.
수사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 것은 압수수색과 함께 휴대폰 포렌식 내역과 계좌 내역을 대비해보면서다. 장 검사는 “포렌식 내역 중에서 (의심스러운 지점을) 솎아내는 작업이 가장 어려웠다”며 “(수사 개시부터 포렌식 작업 마치기까지) 실마리를 잡는 데에만 수개월은 걸렸다고 봐야 한다”고 떠올렸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공무원과 대기업 임원 사이에서 수회 자금세탁이 이뤄졌기 때문에 자금이 흘러들어간 경로를 추적하기가 까다로웠다고 했다. 수원지검 수사 결과를 보면, 공무원 A씨는 협력업체 대표·친족·지인 등을 통해 차명계좌로 자금을 전달받았다. 뇌물로 공여하기로 한 금액을 협력업체에 대한 용역대금에 포함해 지급하고, 이후 허위로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전달해 수사망을 피하려 의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5일 수원지법 형사11부(송병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구속기소된 A씨는 공소 사실을 대부분 인정했으며, 함께 불구속기소된 전달자들(협력업체 대표·친족·지인)도 인정한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4년여간 6개 사업에서 LIG D&A에 유리한 평가를 하고 3억2천만원 가량의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나며 방산업계에도 파장이 일었다. 보안이 필수적인 방위사업은 그 특성상 외부로 관련 정보가 유출되지 않고, 평가에 기반해 선정되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이른바 ‘로비 유혹’에 노출되기 쉽다.
검찰은 LIG D&A가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정한 평가를 통해 1조7천억원 규모의 ‘한국형 전자전기’ 핵심 기술 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 검사는 “부정한 평가가 진행된 사업도 다수일뿐더러, 기간도 길었다. 방위사업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그 손해가 크지 않았을까 싶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방위사업은 국가 안보, 기술 유출 방지 등의 이유로 비공개된 부분이 많고 다소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사건으로 공정하지 않게 평가 청탁이 가능한 환경이 이미 (업계에) 조성된 상태였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러한 범행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는 10월부터는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라 검찰청이 폐지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 출범하면서 방위사업 분야 수사는 중수청이 맡게 된다.
장 검사는 “수사·기소 분리 기조에 따라 (인력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서) 인력 측면에서 애로사항이 많았다”며 “방위사업의 경우 특히나 전문용어들이 많아 공부가 필수적이다. 보완수사이든, 직접수사이든 경찰·중수청·공소청·법원 등 형사 사법 체계 안에 있는 모든 기관들이 긴밀히 협조해 (수사 적기를)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영지·이시은기자 bbangz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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