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빛 잃는 화성 송산포도
고온에 착색 저하… 상품성 ‘뚝’
1천㎡당 수확량 1884㎏ → 834㎏
수익 10%가량 감소… 대책 고심
경기도의 대표 포도 재배 밀집지역인 화성시 남양반도에 올해도 어김없이 포도가 알알이 영글었다. 농민들은 ‘송산포도’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치면서도 해마다 심해지는 폭염을 체감하며 미래의 포도농사에 대한 고민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8일 오전 10시께 화성시 서신면 상안 포도농장. 7천933㎡(2천400평) 규모의 농장에는 성인 키를 훌쩍 넘는 포도나무 1천여 그루가 비가림시설 아래 줄지어 서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나무 한 그루마다 어림잡아 20송이 안팎의 포도가 달려 있었다. 모두 ‘화성 송산포도’라고 적힌 흰 종이에 싸여 있었다.
이날 경기농협과 함께 포도 수확체험에 나섰다. 모자와 팔토시, 장갑을 착용한 채 포도밭으로 들어가 포도나무 총 10그루에 달린 포도를 따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 포도송이를 조심스럽게 잡고 다른 손에 든 가위로 송이 끝 줄기를 자르자 툭 하고 포도가 떨어졌다. 완전히 익은 포도를 수확하는 만큼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허리를 굽힌 채 나무를 따라 걸음을 옮기다 보니 금세 이마에 땀이 맺혔다.
이날 수확량은 좋은 편이었다. 통상 포도나무 한 그루당 3㎏짜리 상자 3개가량이 나오는데, 이날은 10그루에서 모두 46개 상자가 채워졌다.
1978년부터 포도 농사를 지어왔다는 홍응유 상안농장 대표는 송산·서신·마도 등 화성 남양반도에서 생산되는 ‘송산포도’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홍 대표는 “이곳은 서해안의 해풍이 불고 일교차가 큰 데다 토양 속 미네랄도 풍부해 포도 맛이 일품”이라며 “대대손손 좋은 땅을 후세에 물려주며 포도 농사를 짓는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찌는 듯한 더위가 이어지면서 포도 생육에도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포도는 익을수록 진하고 까만 빛을 띠어야 하지만, 지난해부터 불그스름한 빛에 머무는 포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이 포도가 완전히 익는 시기인데, 35도가 넘는 폭염이 잇따르고 입추가 지나고도 날씨가 30도를 웃돌면서 광합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포도가 새카맣게 익고 하얗게 분까지 앉았는데, 재작년부터 더위가 심해지면서 착색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생산성이 낮아지면서 전반적인 수익도 10%가량 줄었다”며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실제 극단적인 기후에 따른 재배 어려움 등이 겹치면서 화성시의 포도 수확량도 감소하는 추세다. 1천㎡당 포도 수확량은 2022년 1천884㎏에서 2023년 1천697㎏, 2024년 834㎏으로 줄었다. 화성시 관계자는 “농가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보조사업과 함께 포도축제와 브랜드 마케팅 등 홍보사업도 병행하며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범식 경기농협 본부장은 “농업·농촌이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민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가치를 공유하는 마음이 절실하다”며 “앞으로도 농촌의 진정한 가치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소통과 상생의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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