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정맥 천보산 회암고개 산림생태 복원사업
왕방지맥 끊은 국지도 56호선 두지역 ‘허파’
양 지자체 복원 공동협력 산림청 사업 선정
길이 40m 보행자·야생동물 통행로 설치
산림 1㏊ 복원·옥정신도시 숙원사업 해소 효과
경인일보는 2024년 5·6월 총 4회에 걸쳐 ‘한북정맥’의 실태를 고발하는 기획시리즈 ‘경기북부 허리가 끊겼다’를 보도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도시개발의 톱날에 잘려나간 산맥의 위태로움과 정부·지자체의 부실한 관리실상을 알리며 자칫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후 정부와 지자체는 뒤늦게나마 한북정맥과 같은 산림생태축 복원 정책 수립에 들어가 최근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한북정맥이 관통하는 양주시와 포천시는 올해부터 ‘천보산 회암고개 산림생태축 복원 사업’을 추진한다.
■ 끊어진 생태축 생명도 위협
양주·포천시가 추진하는 생태축 복원 사업은 천보산 회암고개의 국지도 56호선으로 인해 끊긴 왕방지맥을 잇는 사업이다. 왕방지맥은 한북정맥에서 뻗어나온 산줄기로 ‘양주·포천지역의 허파’라 할 수 있는 왕방산과 천보산을 품고 있다.
국지도 56호선은 천보산을 가로질러 건설돼 이 맥을 끊어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 도로는 인구 밀집지인 포천 송우리와 양주 옥정·회천 신도시를 짧은 거리로 연결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애초 도시계획 때부터 사실상 산림생태축 보호는 신중히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업지인 국지도 56호선 회암고개 구간은 산 정상부인 데다 급커브 구간이라 사고 위험이 높다. 하루 평균 차량 통행량만 약 4천대에 이른다. 도로가 산림을 가로지르다 보니 등산객은 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무단횡단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위험한 건 사람뿐만이 아니다. 야생동물도 한밤중 ‘로드킬’을 당하는 일이 다반사다. 무분별한 도로 건설로 사람과 동물이 모두 위험에 내몰린 셈이다.
양주시 산림과 관계자는 “산을 통과하는 도로로 인해 정작 등산객과 야생동물이 이동로를 잃어버려 회암고개가 위험 고개로 변하고 있다”며 “사고 방지를 위해서라도 생태축 복원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 ‘왕방지맥’ 잇는다
천보산 회암고개 산림생태축 복원 사업은 지난해 8월 산림청이 추진하는 ‘2026년 백두대간(정맥) 생태축 복원 사업’ 대상지로 확정되며 본격화됐다. 특이한 점은 이 사업이 한 지자체 단독 사업이 아니라 복수 지자체의 공동 사업으로 추진되다는 점이다. 양주시와 포천시가 생태축 복원을 공동 현안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국비 확보부터 예산 분담까지 사업 추진 전 과정에서 양 지자체가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사업은 천보산 회암고개에 길이 40m, 폭 9~10m, 높이 8~9m 규모의 생태통로를 조성하게 된다. 총사업비는 58억원으로, 국비 70%, 지방비 30%가 투입된다. 생태통로에는 보행자 통행로, 야생동물 이동로, 유도 울타리 등이 설치될 예정이다. 올해 안에 설계를 마치고, 오는 2029년 완공을 목표로 내년부터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생태통로가 놓이면 산림 1㏊가 복원되고 생태자연도도 1·2등급 권역으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왕방지맥에 서식하는 포유류 7종의 이동로를 비롯해 등산객의 안전한 보행로가 확보된다.
■ 생태축 복원의 지자체 간 협력 모델
이 사업은 시작부터 양주시와 포천시가 함께했다. 회암고개의 특성상 한 지자체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양 시는 공동 대응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역할분담형 협력체계를 구축해 사업 추진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산림생태축 복원 사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북정맥은 특정 지역만을 지나는 것이 아니라 경기북부 거의 전역을 관통하기에 지자체 간 협력은 사실상 필수다. 그러나 종전까지 지자체마다 서로 다른 정치적, 경제적 여건에 협력 논의 자체가 쉽지 않았다. 특히나 생태축 복원을 공동 현안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이처럼 보기 드문 지자체 간 협력으로 회암고개 생태축 복원 사업은 전국 5개 후보지 중 2순위로 선정되는 성과를 낳았다. 양주시는 산림청이 사업비까지 공동 분담하는 양 지자체의 협력체계로 인해 단일 지자체보다 사업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더 높이 평가했다는 분석이다.
양주시 산림과 황덕상 과장은 “행정경계를 허물고 두 지자체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역할을 분담한 광역협력 사례로 평가받았다”며 “경계지역 공동 현안 해결을 위한 협력 모델로 타 지자체에도 적용 가능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주민 의견 반영한 ‘생활밀착형’ 생태복원
양주시는 사업계획 수립 초기부터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데 주력했다. 사실 회암고개의 위험성은 옥정신도시 주민들이 2024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한 문제로 이곳 생태복원 사업은 숙원사업이나 마찬가지였다. 시는 주민과 지역 시민단체 의견을 종합해 계획에 반영하고 이를 공유하는 작업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주민설명회만 두 차례 열었고, 인근 상인과 토지소유자 의견까지 청취했다.
이렇게 생태통로 보행동선이 수립됐고 생태복원에만 그치지 않고 주민 이용 편의와 안전이 고려됐다. 생태축 복원이 오로지 환경보전의 차원만 아니라 주민생활 편의 차원의 접근도 필요함을 보여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시는 올해 1월부터 전북 장수군과 충북 괴산군 등을 돌며 백두대간 생태축 복원 사업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현장 답사와 함께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애로사항 등을 참고하고 있다. 이를 기초로 오는 10월 말까지 실시설계 용역을 마치고 내년 2월부터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다.
■ [인터뷰] 정덕영 양주시장 “특정 지역만의 문제 아냐… 지자체 팀워크 보인 사례”
“생태복원이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지자체 간 협력이 필요한 공동 현안이란 인식에서 출발했고 앞으로 이런 협력 모델이 확산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정덕영(사진) 양주시장은 현재 추진 중인 ‘회암고개 생태축 복원사업’을 이같이 평가하고 생태복원사업에서 지자체들의 협력을 강조했다.
정 시장은 “한북정맥은 경기북부지역 생태환경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에도 그간 도시개발에 밀려 소홀히 관리된 경향이 있다”며 “이제라도 주변 지자체와 시민들이 힘을 합쳐 복원사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주시는 이번 사업을 포천시와 공동으로 추진하면서 생태복원사업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발판으로 산림생태축 복원에 필요한 협력 기반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정 시장은 생태복원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 의견 반영을 언급하며 주민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업은 주민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생활밀착형’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생태복원사업이 성공하려면 단순히 복원에 그치지 않고 그 혜택을 누리는 시민들의 편의성도 고려해야 할 뿐 아니라 시민들도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주/최재훈·조수현기자 cj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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