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대응기금 반발… 자치권 침해 우려

시민단체, 박찬대 시장 적극 대응 촉구

시도지사협, 자치권 강화 개헌안 재조명

쟁점 조항 제외하면 지방분권 논의 유효

국회의사당 전경. /클립아트코리아
국회의사당 전경. /클립아트코리아

최근 정치권에서 개헌이 화두로 떠오른 것을 계기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이하 시도지사협의회)가 주장해 온 ‘지방분권 개헌론’에 다시금 힘을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래대응기금 신설 등 최근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로 인한 지방정부의 ‘자치권’ 축소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에서 지방분권 개헌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인천평화복지연대 등 전국 1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지난 8일 성명에서 정부가 내년 신설할 계획인 미래대응기금(9월10일자 1면 보도)에 대해 “중앙정부가 통제하는 100조원 이상의 기금 조성을 위해 일방적으로 추가세수분의 지방정부 배분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가 대응한다는 ‘미래’에 지역 소멸의 위기와 지방정부의 역할은 포함되지 않는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지방교부세로 내려보내야 하는 추가 세수로 적립하는 미래대응기금이 지방 재정 자주권을 침해하고, 지방분권에 역행하기 때문에 기금 재원 마련 방안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지난 9일 낸 별도의 성명에서 “박찬대 인천시장은 인천시장과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으로서 미래대응기금이 인천과 전국 지방재정에 미칠 영향을 검증하고 대응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처럼 중앙정부에 과도하게 종속된 지방정부의 분권과 자치를 확고히 다지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지방분권형 개헌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시도지사협의회가 2025년 3월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논의를 주도했으나, 6·3 지방선거 전후 지방정부 교체기를 거치면서 관련 논의는 사그라들었다. 당시 협의회장은 국민의힘 소속 유정복 전 인천시장이었다.

시도지사협의회가 발표한 개헌안의 핵심은 ‘자치입법권’ ‘자치계획권’ ‘지방세 신설권’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상호 대등한 관계에서 주요 정책을 협의할 수 있도록 중앙지방협력회의 조항을 헌법에 담는 방안도 제시됐다. 개헌안 중 지방분권에 관한 내용은 여야를 막론하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지난해 3월7일 시도지사협의회가 국회에서 주최한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 토론회에 서면 축사를 보내 “지역 특성에 맞춘 정책을 추진하고,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보다 권한 강화와 재정의 자율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개헌은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던 박찬대 인천시장도 서면 축사에서 “지방정부가 실질적인 자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라며 “지방의 입법·행정·재정적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각 지역이 자율적으로 발전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시도지사협의회가 성안한 개헌안은 현 시점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헌법 제84조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 특권과 관련해 재임 전 재판을 받고 있던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재명 정부는 물론 신임 시도지사협의회장으로 선출된 박찬대 시장도 정치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다.

다만 시도지사협의회는 개헌안 속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관련 내용은 전체 시도지사들과 의견이 조율되지 않은, 유정복 당시 협의회장이 추가한 조항이므로 현 시점에서는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당 내용만 제외하면 지방분권과 상·하원 도입 등 정치 체제 개편에 관한 내용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센터 관계자는 “(개헌안은) 20년 이상 지속해 온 지방분권 논의에 대한 결과물”이라며 “민선 9기 시도지사협의회에서 의결한 것은 아니지만, 지방분권에 대한 내용은 유효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