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재단·인천공항 프로젝트 ‘작가의 방’
독립된 위치 장식요소 넘어 고정관념 변화 시도
2터미널 면세구역… 기술 융복합 새작품 계획
경기문화재단과 인천국제공항의 공공예술 프로젝트 ‘작가의 방’은 공항이라는 장소에서 작가들이 가진 고유함을 과감하게 드러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화이트큐브처럼 단정 지어지지 않은 열린 공간 속 수많은 여행객들이 능동적으로 오고 가는 장소의 특수성을 유지한 채 공간과 공간이 이어지는 확장성을 바탕으로 한 전시들을 선보이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이는 ‘공간 회화’라는 개념과도 연결된다. 최기영 경기문화재단 수석학예연구사가 만들어 낸 이 단어는 공간에 그려진 회화 매체 수단을 이야기하고 있다. 즉 ‘작가의 방’은 동시대에 변화하고 있는 회화의 개념을 새롭게 실험하는 공간인 동시에 우리가 알고 있는 회화의 개념을 다시금 정의해보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제1여객터미널 4층에서 만날 수 있었던 전시는 Ver 4.0부터 제2여객터미널 면세구역으로 장소를 옮겨 관람객들을 만나고 있다.
‘작가의 방’ 전시는 공간을 활용하는 작가의 개성과 작품이 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 매번 새로운 느낌을 전한다. 경기문화재단은 작가를 선정할 때 ‘다면성’을 가진 작가를 먼저 찾는다고 했다. 즉, 면과 면을 어떻게 해석하고 설치할지를 고민하는 작가들을 위주로 선정하고 있으며, 동시에 개방되어 있는 전시장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자세를 중요하게 봤다.
이러한 ‘작가의 방’은 경기도 작가들이 작품세계를 넓히고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는데,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긍정적이다. 최기영 수석학예연구사는 “인천공항에서 마주하는 작품은 공항이라는 고유 기능을 변화하는 의도라기보다 예술을 통한 심미적 기능을 확장하는 장치들”이라며 “작가의 방 프로젝트는 공항 내 독립된 공간을 제공해 장식적 요소로 국한됐던 작품의 고정관념을 변화하는 시도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 Ver 6.0에서는 지금껏 해왔던 방식에서 벗어나 기술 융복합에 대한 부분들로 작품의 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김소산 ‘궁중잔치’-유기적 연결 공간 전체 이어져
김용관 ‘Clouds Spectrum’-공간의 장면 이야기
김신아 ‘개체의 본능’-군체로 진화 과정 마음 탐구
홍범 ‘기억의 정원’-장소의 감정과 흔적을 시각화
윤민섭 ‘박새의 여행’-에르메스 협업 오브제 재구성
■ Ver 1.0 김소산 ‘궁중(宮中)잔치’
전시 제목인 동시에 작품인 ‘궁중 잔치’는 하나의 작품이 공간 전체를 차지하는 형식으로 회화, 설치, 미디어, 조각, 스케치 또는 드로잉이 혼재돼 있다. 하나의 미술 장르가 독립 작품으로 존재하기보다 장르적 요소가 결합한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이다. 작가는 ‘궁중’이라는 공간적 특성에는 그 시대의 문화 예술이 한 장소에 담을 수 있는 복합예술공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고, 장르적 다양성이 한 공간에 모이는 것 또한 ‘잔치’라고 표현했다. 작품 속 오브제의 유기적 연결은 공간 안에 각각의 연결성을 지니고, 공간 전체가 하나로 이어진다.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듯 오브제를 따라가면 결국 공간 전체로 구현되는 작가의 의도를 볼 수 있으며, 관람객들은 무수한 결합들에서 자신만의 기억의 파편을 찾아간다.
■ Ver 2.0 김용관 ‘Clouds Spectrum’
김용관 작가는 임의로 만든 모듈을 무작위로 쌓고, 쌓는 과정에서 발견한 패턴을 규칙 삼아 다시금 쌓고 반복하며 여러 구조물을 공간에 설치하거나 회화로 옮기는 일련의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작품에는 공간의 장면과 이야기가 함께 존재한다. 단편적인 장면에서부터 지금도 진행 중인 장편의 서사가 존재하는데, 이 전시에서는 노을빛을 배경으로 펼쳐진 하늘에 구름이 만들어낸 조형적 이야기가 담겨있다. 관람자의 입장에서는 작품을 공간에 설치된 하나의 구조물이나 오브제 등으로 인식할 수 있지만, 한발 물러나 공간 전체를 봤을 때 지금의 회화를 감상할 수 있다. 또는 작가가 만들어 놓은 공간에 있는 다른 관람자들이 작품의 오브제로도 보일 수 있다.
■ Ver 3.0 김신아 ‘개체의 본능’
김신아 작가는 인간이라는 종이 하나의 군체로 진화하는 과정 중 개체가 겪는 마음을 탐구한다. 모든 생물은 각자의 본능과 특징을 통해 진화해 왔고, 인간 역시 그렇게 사회적 존재가 되었다. 그의 작품에서는 인간이 종의 본능이 이끄는 주류의 변화 안에서 발현하는 개체의 본능을 표현하고, 이를 통해 사회화와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브제 사이를 걷다 보면 공감과 소통으로 완벽한 연결을 꿈꾸는 모습과 그를 통한 신인류를 시각적으로 표현해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공간이라는 특수한 장치에 채도가 없는 오브제들은 마치 가상공간에 펼쳐진 애니메이션처럼 나를 오롯한 개체로 만드는 특별한 효과를 가져온다. 작품에서 우리는 하나의 개체로서 가진 본능으로 새로운 유토피아를 꿈꿔볼 수 있다.
■ Ver 4.0 홍범 ‘기억의 정원’
홍범 작가는 ‘장소’를 물리적으로 표현하기보다 그 장소를 기억하는 감정의 흔적과 내면적 작용을 이미지로 시각화하는데 중점을 뒀다. ‘기억의 정원’은 그의 조각 연작인 ‘기억의 잡초’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한곳에 모아 하나의 정원을 구성하는 작업이다. 각 오브제는 서로 다른 목적과 전시를 위해 제작된 기억의 조각이다. 이러한 조각들이 작가의 시선에 따라 재구성되면서 전혀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어내게 된다. 기억의 잡초 작업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확장됐고, 그 과정에서 형태와 개념은 더 다양하고 깊어졌다. 이 전시에서 새롭게 제작된 오브제 중 하나는 한국 정원에서 볼 수 있는 담벼락이다. 담벼락 너머로 신비로운 기억의 정원을 바라보며 관람객들은 자신의 기억을 이 정원 속에 투영하게 된다.
■ Ver 5.0 윤민섭 ‘박새의 여행’
‘박새의 여행’은 에르메스와 협업으로 메종 도산 매장의 5개 쇼윈도와 14개 쇼케이스를 위한 작품으로 기획된 것이 시작이다. 메종 도산의 위치와 가을이라는 계절, 에르메스가 마구에서부터 시작된 점을 고려해 한국 안에 에르메스를 담아보기 위한 오브제였고, 이번 전시에서는 그 오브제 중 선별해 재구성했다. 작품은 한국 민화와 수묵화에서 영감받아 한옥과 소나무, 말과 강아지 등을 등장시키며 한국의 여유로운 시골 풍경을 담아낸다. 특히 박새가 시골집을 방문해 곳곳을 둘러보는 여정을 상상하며 추석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가족들을 기다리는 풍경을 그렸다. 이는 하나의 정해진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작품을 마주하는 개인의 서사를 끌어내기 위한 감성의 풍경을 제시한다. 현재 전시 중인 박새의 여행은 12월 16일까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구역(223 GATE)에서 만날 수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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