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확대… 지자체 살림엔 역풍

내년 지원 물량 43만대… 43% ↑

국비의 30% 이상 의무지급 지침

수원·용인 등 수백억 부담 ‘한숨’

경기도청 전기차 충전구역에 차량이 주차돼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경기도청 전기차 충전구역에 차량이 주차돼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정부가 내년도 본예산에 전기자동차 보조금 관련 예산을 확대 편성하면서, 국비 증가분에 따라 보조금을 분담해야 하는 기초자치단체들의 재정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중동 전쟁의 여파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전기차 구매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보조금의 국비 분담률을 높여 시·군의 재정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본예산안을 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내년 전기차 보조금 지원 물량을 올해 30만대에서 43만대로 43% 확대했다.

이에 따라 전기차 보급 사업 예산 역시 올해(1조6천114억원) 대비 32.8% 증가한 2조1천403억원으로 편성됐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원 사업은 국비와 지방비 매칭 사업으로, 관련 지침에 따라 지방비 보조금은 국비 보조금의 최소 30%를 지급해야 한다. 예컨대 한 전기차의 국비 보조금이 500만원일 때 지방비는 150만원 이상 지급해야 한다.

경기도의 경우 전체 전기차 보조금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승용차·화물차 등의 보조금을 모두 시·군이 부담한다. 도가 지원하는 지방비 보조금은 어린이통합용승합차 보조금(6억8천만원)이 전부다. 즉, 시·군의 부담이 훨씬 큰 셈이다. 내년 국비 보조금이 증가할 경우 시·군의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도내 시·군은 기후부 지침에 맞게 전기차 보조금 비율을 산정해 지급하고 있다. 특히 보조금 지급 규모가 가장 큰 승용차의 경우 지방비 보조금 비율이 기후부 지침보다 높은 40~6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는 평균값으로 시기별로 전기차 수요가 증가할 경우 지방비 보조금 비율은 30% 대로 내려갈 수 있단 것이 시·군의 설명이다.

수원시는 전체 전기차 보조금 예산 349억원 중 승용차에 231억원을 편성했다. 이 중 시비가 41.7%(국비 163억원, 시비 68억원)를 차지한다. 용인시는 전체 314억원 예산 중 승용차에 208억원을 편성했는데, 이 중 시가 지원하는 보조금만 50.7%(국비 138억원, 시비 70억원)에 달한다.

이밖에도 승용차 국비 보조금 중 지방비 비율은 화성시는 41.7%(국비 144억원, 시비 60억원), 성남시는 50.0%(국비 58억원, 시비 29억원), 파주시는 50.0%(국비 66억6천만원, 시비 33억3천만원) 정도다.

상대적으로 예산 규모가 작은 양평군은 지방비 비율이 66.6%(국비 19억8천만원, 군비 13억2천만원), 가평군은 55.9%(국비 9억3천만원, 군비 5억2천만원)를 기록했다.

도내 시·군은 국비 보조금 증가에 따른 지방비 보조금 증가로 재정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수요가 증가세인 상황에서, 더 많은 차량에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선 지방비 보조금 의무 비율을 낮춰 한 대당 지급되는 보조금을 조정해야 한단 주장이 제기된다.

도내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현재 재정이 너무 열악해 각종 경비 등 예산을 모두 삭감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 보조금 예산을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현재 보조금 지급 물량을 유지하려면 지방비 보조금 비율을 현재보다 낮춰야할 듯 보인다”고 토로했다.

이에 기후부는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고려해 국비 보조금 체계 전반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방비 보조금 의무 비율인 ‘국비 보조금의 30% 이상’이 적정한지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경기도는 기후부가 지침 개정에 나서면 시·군의 의견을 종합해 기후부에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도 관계자는 “시·군에서 국비 보조를 더 해달라는 의견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추후 기후부가 의견 조회를 하면 시군의 의견을 담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