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정치부 차장
강기정 정치부 차장

매일 ‘기후행동 기회소득’ 앱에 접속했던 적이 있었다. 경기도·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이 운영하는 이 앱은 일상의 작은 실천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인데, 하루 8천보 이상을 걸으면 200원씩을 적립, 추후에 지역화폐로 환급해준다. 큰 돈은 아니더라도 몇 발자국이라도 더 걷는 ‘동기’는 확실히 됐다. 200만명이 이 앱에 가입했었다고 하니, 아마 ‘200원의 행복’을 위해 매일 8천보를 걸었던 이들이 적지 않았던 듯싶다.

여느 때처럼 8천보를 걷고 앱에 즐거운 마음으로 접속한 후 ‘사업종료’ 공지를 봤을 때의 허탈감을 기억한다. 앱에선 “‘일상 속 지속가능한 기후행동 캠페인’ 중심으로 한 단계 고도화해 새롭게 개편코자 한다”고 사업 종료 이유를 설명했지만, 경기도 재정난이 주된 요인이었으리라 추측한다. 도의 재정난 여파를 이렇게 실감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해 당혹스럽기도 했다.

추미애 도지사 당선 이후 ‘누적 채무 7조’ 발표에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 선언이 이어지며 강도 높은 긴축 재정이 예고됐고 이는 대대적인 감액 추경으로 현실화됐다. 내년 본예산 편성도 이미 초긴축 기조다. ‘재정위기단체’나 ‘재정주의단체’로 지정될 정도의 위기는 아니라지만, 잇단 재정 긴축은 지금부터 대응하지 않으면 수년내 최악의 재정난을 맞닥뜨릴 수 있다는 절박감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칼을 댔을 때 고름만 짜내고 마는 게 아닌, 환부의 뿌리를 뽑아내야 새 살이 빨리 돋고 재발하지 않는다는 신념도 틀리지 않다.

분명히 타당한 조치인데, 어쩐지 씁쓸하다. 긴축 재정 여파로 사라지는 것은 비단 ‘200원의 행복’만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 생존을 위협하는 큰 고통을 안을 도민들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도에 재정을 낭비하라는 도민은 없을 것이다. 다만 환부의 뿌리를 도려내더라도 진통제는 필요하다. “어쩔 수가 없다”며 선을 긋거나 양해를 구하는 일에 더해, 고통을 줄여줄 대책과 연착륙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런 당연한 바람조차 지금의 경기도에게 너무 큰 기대로 느껴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강기정 정치부 차장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