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가볼만한 곳

구희진 대표, 간병식 생각하다 아이디어

공모전 도전 등 5년간 노력끝 상품화 성공

특산물 활용 4가지 ‘경기 광주의 맛’ 자랑

지역특산물을 활용해 건강한 맛을 내고 있는 트루젤라또. /강효선 로컬큐레이터 제공
지역특산물을 활용해 건강한 맛을 내고 있는 트루젤라또. /강효선 로컬큐레이터 제공

낯선 여행지에 가면 누구나 ‘현지 맛집’ ‘현지인이 즐겨 찾는 곳’, ‘현지인 픽’ 등을 찾아 나선다. 지역 속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듯 말이다.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추진하는 ‘로컬큐레이터’ 사업은 바로 이런 발품을 대신해준다. 로컬큐레이터들은 경기 동부권 곳곳을 직접 누비며 지역의 숨은 맛집과 상점을 발굴해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올여름 푹푹 찌는 더위 속에서 편의점 아이스크림과 프랜차이즈 빙수를 유독 많이 찾았던 것 같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자극적인 단맛을 계속 먹어도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스칠 때가 있다. 맛과 건강,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란 하늘의 별 따기처럼 느껴지는 요즘. 경기 광주시 초월읍의 조용한 주택가 골목에서, 그 불가능할 것 같은 고민에 명쾌한 답을 제시하는 특별한 디저트 가게를 강효선 로컬큐레이터가 찾았다.

이탈리아어로 ‘얼었다’는 뜻을 가진 쫀득한 젤라또에 광주의 싱그러운 자연을 고스란히 녹여낸 곳, 바로 ‘트루젤라또(true gelato)’다.

경기 광주시 초월읍에 위치한 트루젤라또. /강효선 로컬큐레이터 제공
경기 광주시 초월읍에 위치한 트루젤라또. /강효선 로컬큐레이터 제공

■가족을 향한 사랑에서 시작된 ‘진짜’ 젤라또의 꿈

트루젤라또를 이끄는 구희진 대표가 광주에 자리 잡은 것은 8년 전인 2018년이었다. 서울에 살던 그는 가족 중 암 환자가 생기면서 자연과 가까운 광주로 거처를 옮겨 긴 간병 생활을 시작했다. 아픈 환자를 돌보며 매일 성분표를 확인하는 삶 속에서, 그는 씁쓸한 현실을 마주했다. 세상에 맛있는 간식은 넘쳐나지만 입이 깔깔한 환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시원하고 건강한 간식은 찾기 힘들었던 것이다.

과일을 그대로 얼리자니 너무 딱딱했고, 일반 아이스크림은 수많은 합성첨가물 때문에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광주의 한 로컬푸드 직판장에서 새벽에 도착한 신선하고 건강한 식재료들을 마주한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스쳤다.

‘이렇게 건강한 식재료로 젤라또를 만들면 어떨까?’

하지만 평생 음식을 개발해본 적도 없던 직장인인 그에게 도전은 쉽지 않았다. 먼저 시장성을 확인하고자 친구와 함께 퇴촌 토마토를 활용한 젤라또 아이디어로 로컬 창업 공모전에 도전했고, 당당히 ‘대상’을 거머쥐었다. 그때 확신을 얻은 그는 20만원짜리 냉동고 하나를 들고 다니며 샘플 테스트를 시작했고, 젤라또를 생산해 줄 공장을 찾아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현실의 벽은 높았다. 대기업이 주름잡는 빙과시장에서 고가의 설비와 엄격한 법 규정은 소상공인에게 너무 가혹했다. 첫 시제품은 품질이 제각각이었고 기대에 미치지 못해 론칭이 무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구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각종 토마토 축제에 직접 뛰어들어 3천 명이 넘는 시민을 상대로 향미 테스트를 거듭했고, 쿠킹클래스와 로컬 브랜드 컨설팅으로 악착같이 자금을 모으며 5년의 세월을 버텨냈다. 그렇게 2025년 여름, 온갖 끈기와 진심이 담긴 ‘트루젤라또’가 비로소 세상 밖으로 빛을 보게 되었다.

대표 시그니처 메뉴인 ‘퇴촌 토마베리스윗’을 용기에 담고 있다. /강효선 큐레이터 제공
대표 시그니처 메뉴인 ‘퇴촌 토마베리스윗’을 용기에 담고 있다. /강효선 큐레이터 제공

■눈으로 확인하고 입으로 감탄하는 ‘경기광주의 맛’

직접 찾아간 트루젤라또 매장은 밖에서 보기와 달리 아담했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카운터 안쪽으로 젤라또를 직접 만드는 작은 작업 공간이 한눈에 들어와 구 대표의 남다른 열정과 정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매장 한쪽에는 소소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아늑한 좌석도 마련되어 있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팔당호의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광주 특산물을 활용해 매주 신선한 계절 재료로 라인업이 업데이트된다는 점이다. 방문 전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 주의 메뉴를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대표적인 시그니처 라인업인 ‘경기광주의 맛’은 총 4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 퇴촌 토마베리스윗: 공모전 5관왕을 안겨준 트루젤라또의 마스터피스. 광주 명물 퇴촌 토마토와 고당도 수수락 딸기를 조화시켰다. 젤라또 사이에 토마토 과육이 콕콕 박혀 있어 풍부한 원물이 그대로 느껴진다. 평소 토마토를 즐기지 않던 이들도 “은은한 단맛과 상큼한 풍미에 반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 메뉴다.

- 남한산성 포레스트 민트초코: 인공 색소를 전혀 쓰지 않고도 민트 본연의 시원함과 다크초콜릿의 진한 풍미를 살려, 기존 민트초코에 대한 편견을 산뜻하게 깨부순다.

- 화담숲 단풍밀크/ 자연채 바질밀크: 화담숲 단풍나무 수액과 메이플 시럽, 광주 자연채 허브 등을 활용해 계절의 풍경과 숲의 향기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게 완성했다.

트루젤라또의 대표 메뉴와 안내문. /강효선 로컬큐레이터 제공
트루젤라또의 대표 메뉴와 안내문. /강효선 로컬큐레이터 제공

■지역과 사람을 잇는 달콤한 기적

“아파본 사람만 알아요. 아무리 건강에 좋다 해도 입에 안 맞으면 먹을 수가 없죠. 그래서 ‘건강한데 맛있다’가 아니라, ‘먹어보니까 너무 맛있는데 성분표를 보니 건강까지 챙길 수 있네’라는 말을 듣고 싶었어요.”

구 대표는 머무르지 않는다. 계속 연구하고 고민한다. 공장 및 연구소를 마련해 시도에 시도를 거듭한다. 머지않아 매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집에서 편하게 주문할 수 있는 온라인 판매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 전국 방방곡곡에서 트루젤라또를 맛볼 날도 멀지 않았다.

“트루젤라또는 나와 세상에 기여하는 방법이에요. 내 손으로 직접 만든 건강한 디저트를 먹고 사람들이 기분 좋아졌으면 좋겠고, 그런 사람을 보면서 제가 기분이 좋았으면 좋겠어요.”

첨가물 가득한 일상 속에서, 지역 농산물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굴하며 한 스쿱의 젤라또 위에 광주의 맛과 이야기를 묵묵히 담아내는 사람들. 이번 주말, 쫀득한 식감과 싱그러운 로컬의 풍경이 그리운 이들에게 초월읍 골목길에 숨겨진 이 작은 보석 같은 디저트 가게를 추천한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