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인천시립박물관 ‘필불휴’ 학술회의
저술 원문·번역본 디지털화 제안
보물 넘어선 ‘인천본 강도지’ 가치 재조명
한국 지성사에 희유(稀有)의 자취를 남긴 병와(甁窩) 이형상(李衡祥·1653~1733)을 기리는 학술회의가 병와의 고향 인천에서 개최됐다. 학술회의에는 ‘병와학’에 헌신해온 학자들이 참석해 ‘필불휴(筆不休)’로 요약되는 병와 이형상의 광활한 학문 세계와 현재적 의미, 지역사회의 과제 등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했다.
특히 병와의 저술과 대중을 연결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제기됐다. 11일 인천시립박물관 1층 석남홀에서 열린 2026년 인천시립박물관 학술회의 기조강연에 나선 허경진 연민학회 이사장은 모든 시민과 학자들이 병와의 학문 세계와의 접점을 넓힐 수 있도록 저술 원문과 이미지, 번역본 등을 한데 모아 공개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인천과 학계에 제안했다. 병와는 성리학을 비롯해 역사·지리·예학·문학·음악·외교·국방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방대한 저술을 남길 만큼 학문적 업적이 뛰어난 학자이면서 목민관이다.
허 이사장은 병와 연구에서 인천이 갖는 당위성을 강조했다. 병와는 인천에서 태어나 자라고 학문을 닦은 인천 사람이다. 고향 인천에서 14종의 책, 37권을 집필했을 정도로 인천은 병와 연구에 있어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중요한 장소다. 병와는 1653년 인천에서 태어난 후 1662년 부모와 함께 서울로 이주했으나 부친상과 모친상을 모두 선산이 있는 인천에서 치렀고 1680년 문과에 급제하며 벼슬길에 올랐다. 유년기 9년, 학업기 8년, 강화도에서의 5년, 인천과 인천 자연도에서 5년 등 모두 27년을 인천에서 살며 책을 썼다. 경북 영천과 제주 등에서도 병와 연구와 그를 기리는 움직임이 이어져 오고 있지만 정작 인천에서는 인천의 인물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허 이사장은 “병와는 어려운 일을 겪을 때마다 고향 인천으로 돌아와 변화에 순응하며 안정된 마음으로 쉬지 않고 저술했다”면서 “병와가 남긴 저술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인천 시민과 학자들이 집에서 편하게 병와와 만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시립박물관이 소장한 ‘인천본 강도지(江都志)’의 학술적 가치도 이날 조명됐다. 현재 보물로 지정된 강도지와 달리 박물관은 소장본은 보물로 지정받지 않은 다른 판본의 ‘강도지’다. 주제 발표에 나선 구지현 선문대 디지털콘텐츠학과 교수는 “보물 강도지 저술 이후 보완 저술이 추가되고 훨씬 정제된 형태로 정리가 된 최종본이 인천본 강도지”라면서 “연구자에게는 인천본 강도지가 훨씬 더 중요한 원본으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강조했다.
이날 학술회의에는 김지영 서울대 규장각책임연구원, 박철상 한국문헌문화연구소장, 김영진 성균관대 교수, 김새미오 율곡국학진흥원 전임연구원의 연구 발표와 하영휘 가회고문서연구소장을 좌장으로 발표자와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김태익 인천시립박물관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병와가 남긴 저술은 그 누구보다 방대하고 실천적 힘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이러한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며 “‘필불휴’의 병와 정신이 인천 뿐 아니라 온 국민의 가슴 속에 피어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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