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비하’ 현수막 사태 일파만파
FC서울 응원석 ‘人賤’ 표기 공분
‘1·2부 승강제’ 치열한 경쟁 바탕
역사왜곡·참사 조롱 변질된 사례
일부 팬 아닌 시민 모두위한 공간
“도발, 사회허용 범주내 이뤄져야”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FC서울의 경기 종료 뒤, 홈 응원석에 게시된 인천(仁川)을 ‘사람 인(人)·천할 천(賤)’으로 표기한 현수막이 내걸렸다. 축구장에서 시작된 경쟁이 축구장 안에서 끝나지 않고 경기장을 벗어나 300만 인천시민을 향한 것이다. 상대 팀을 조롱하기 위해 지역 비하가 동원됐다. 이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10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FC서울에 대한 제재금 800만원을 부과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인천 서포터스를 중심으로 이번 사태에 대해 ‘지역 비하’라며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구단주 박찬대 인천시장은 즉각 “스포츠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프로축구연맹과 FC서울에 책임 있는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진화에 나섰다. 인천시는 연맹에 공문을 보내 사실관계 확인과 대응을 촉구했고, 인천 구단 역시 “모욕적인 지역명 표기”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여야 인천시당과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등 시민단체도 잇따라 성명을 내고 인천을 겨냥한 모욕적 표현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현수막을 접한 인천시민들의 분노와 모욕감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프로축구 경기는 상대 팀과 선수, 구단을 겨냥한 견제와 풍자가 이어져 왔다. 1·2부 승강제를 바탕으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K리그에서 상대의 패배는 곧 우리 팀의 생존과 맞닿아 있다. 이 과정에서 라이벌 구도와 서사가 쌓이며 풍자는 점차 조롱으로, 다시 보복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았고 응원은 과열됐다. 지역의 역사적 사건을 왜곡하거나, 참사를 조롱하는 방식으로 응원이 변질된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응원은 스포츠 관람의 재미를 주는 요소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번 사태처럼 지역 비하가 응원의 도구로 활용되는 것은 경기장 내 스포츠 정신을 훼손한다는 것이 공통된 비판이다. 그릇된 응원 문화는 자리를 잡기 시작하는 스포츠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경기장은 더 이상 일부 서포터스만의 공간이 아니다. 시민 모두가 찾는 문화·휴식 공간이다. 지역을 비하하는 도를 넘는 응원은 새로운 팬 유입까지 가로막을 수 있다.
‘인천 비하’ 현수막 사태 이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부천FC와의 경기에서는 인천 서포터스석에 ‘300만의 자부심 인천광역시’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축구계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통상 응원을 우리 팀을 북돋우는 ‘응원’과 상대 팀을 자극하는 ‘도발’로 구분할 수 있다. 특히 도발의 경우에는 적절한 기준을 다 함께 고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준이 결코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사회적 약자나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표현이 우리 사회에서 허용되지 않듯이, 공동체가 용납할 수 없는 표현은 경기장 내에서도 결코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도발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은 해당 문화와 공동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적인 ‘선’에서 정해져야 한다”며 “유럽에서 조롱이 흔한 응원문화라고 해서 국내에서도 그대로 용인될 수는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연맹의 규제나 규정은 최소한의 장치일 뿐, 법과 제도로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시간이 걸려도 축구를 즐기는 구성원들이 스스로 기준을 만들어가려 노력해야 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선’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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