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혐오 악순환 ‘프로축구 응원’

 

승강제 적용 K리그 경쟁구조 배경

지역비하 반복됐지만 제재 제한적

우리팀 힘 실어주는 방식 고민해야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 걸린 지역 비하 걸개. 2026.9.5 /쿠팡플레이 중계 갈무리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 걸린 지역 비하 걸개. 2026.9.5 /쿠팡플레이 중계 갈무리

프로축구 K리그1 ‘경인더비’에서 등장한 ‘인천 비하 현수막 사태’는 FC서울 구단이 ‘제재금 800만원’의 연맹 징계를 받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는 스타디움 밖 연고지와 시민에 대한 모욕은 결코 허용될 수 없다는 선례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단순한 징계 이상의 의미가 있다. 연맹은 징계 결정을 발표하며 “상대 팀과 연고지를 존중하는 응원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유사한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축구경기장 내에서 용인되는 응원의 기준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 ‘조롱’과 보복의 악순환…선 넘는 수위

격앙된 조롱, 욕설이 난무하는 스타디움은 축구 팬들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2024시즌 37라운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대전 하나시티즌과의 경기에서 2부 리그 강등이 확정된 인천 유나이티드를 겨냥한 조롱이 쏟아졌다. 대전 팬들은 ‘인천 강등’을 외쳤다. 지역 번호 ‘032’를 비튼 ‘0원하자 3류팬 2부리거’라는 도발적 문구를 적은 현수막도 게시했다. 황선홍 대전 감독조차 관중석을 향해 자제를 요구하며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해 5월 인천 서포터스들은 홈에서 FC서울과의 경기가 종료된 뒤 100여개가 넘는 플라스틱 생수병을 경기장으로 던져 상대팀 선수 안전을 위협하는 일도 있었다. → 표 참조

응원 문화가 지금처럼 오염된 배경에는 승강제가 적용되는 K리그의 치열한 경쟁 구조를 꼽을 수 있다. 매 경기 1부 리그 잔류냐 2부 리그 강등이냐를 두고 벌여야 하는 치열한 경쟁이 주는 압박감은 비단 선수들만의 것이 아니다. 강등은 팬들에게도 악몽이다. 팬들 또한 상대의 패배가 곧 우리 팀의 생존과 직결되는 구조 속에서 응원은 격해지고, 시즌을 거듭하며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

■ 경기장 밖 지역사회 겨누는 그릇된 응원

인천(仁川)을 비하한 ‘인천(人賤)’ 걸개는 스타디움 담장 밖 지역사회와 시민을 겨냥했다. 경기장 내부의 격앙된 감정이 스포츠 영역 밖으로 향하며 넘지 말아야 할 선마저 넘은 것이다.

2025시즌 K리그1에서는 포항 스틸러스 팬들이 광주FC 원정 경기를 앞두고 지역 혐오 표현을 SNS에 게시해 비난이 쏟아졌다. 광주 구단은 해당 팬들의 경기장 출입 금지 등을 요구하며 강하게 대응했다.

대구 지하철 참사가 발생했던 2003년에는 안양LG 서포터스가 대구FC와의 경기를 지칭하며 온라인 게시판에 참사를 모욕하는 표현을 사용해 파문이 일었다.

스포츠가 지역사회를 혐오·비하·모욕하는 모습은 프로야구 등 지역 연고 스포츠에서도 자주 나타나고 있다. 최근 고교야구대회에서는 배재고 선수들이 덕아웃에서 광주지역을 비하하는 응원 구호를 외쳐 비난이 쏟아지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선수와 지도자, 심판에 대해 징계를 내렸다. 이처럼 경기장 안에서 표출된 지역 비하 표현은 경기장 밖 온라인 공간에서 축적·확산되기도 한다. 이러한 표현은 축구 팬 커뮤니티와 중계 채팅창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소비되며 응원 문화에도 그릇된 영향을 미친다.

지역 비하 표현은 반복돼 왔지만, 연맹의 제재로 이어지는 경우는 제한적이다.

■ 규제론 한계… ‘선 넘지 않는’ 응원 문화 조성돼야

지난 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 서포터스가 내건 ‘300만의 자부심 인천광역시’ 현수막. 2026.9.8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지난 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 서포터스가 내건 ‘300만의 자부심 인천광역시’ 현수막. 2026.9.8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축구 역사가 긴 해외 리그는 차별 행위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를 부과하는 대응 체계를 마련해 운영 중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리그 차원뿐 아니라 각 구단별로도 온라인과 경기장 내 학대·차별 행위를 신고할 수 있는 채널을 두고 있다.

축구장은 서포터스가 독점하는 공간이 아니다. 가족 단위 관람객 등 여가를 즐기려는 다양한 시민이 찾는 공간인 만큼 경기장 내 과격한 지역 비하, 혐오 표현 등의 문제를 국내 축구계는 물론 팬들 스스로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연고지 정체성과 팀에 대한 자긍심을 이끌어내는 지역 연고 스포츠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볼 시점이라는 제언이 나온다.

구강본 한국교통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지역 비하와 혐오는 스포츠 윤리에 맞지 않는 낡은 문화인 만큼 경기장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 교수는 “상대를 낮춰 우리를 부각하는 방식의 응원은 결국 조롱과 보복이 반복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며 “상대를 비하하는 방식이 아닌, 우리 팀에 힘을 실어주는 응원 문화를 팬들이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명확한 제재 기준과 교육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 구 교수는 “연맹이 종교·인종 차별을 제재하듯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응원에 대해서도 명확한 제재 기준과 교육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제도적 규제와 성숙한 응원 문화가 함께 가야 K리그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