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맞폭’

 

반성 기미는 없고 보복성 소송 역공

2023년 피해자수 1.9%… 올해 2.7%

작년 행정심판 795건, 2년새 60% ↑

학폭위, 분쟁만 키우고 제기능 상실

이제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학교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일들은 법원으로 간다. ‘너 신고한다’는 말은 일상이 됐고 마치 ‘맞고소’를 하듯 ‘맞폭’(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서로를 신고하는 일)사건도 발생한다. 학폭위 다음 과정은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이다. 학폭위는 더 이상 학교폭력 사안의 중재기구로서 기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증폭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소년·소녀들이 서게 되는 법정이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에게 불투명하다는 증언도 나온다. 지난 13일은 법원의 날이었다. 이날을 계기로 현행 제도의 맹점을 짚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 그래프 참조·관련기사 3면·편집자 주

기말고사를 일주일 앞둔 지난 7월 말께. 고등학교 3학년 A군은 자신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군이 2학년 때부터 ‘돼지XX’라고 피해자를 놀렸다는 내용이다. 신고한 피해자 B군은 지난해 A군에게 학교폭력을 가해 형사소송까지 갔던 학생이었다. 학교폭력 조사를 거쳐 A군은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상처는 깊었다.

기말고사 점수는 중간고사와 비교해 반토막이 났고 인간에 대한 불신도 싹텄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A군 아버지는 민사소송을 진행하기로 마음 먹었다. A군과 B군, 두 소년의 문제는 법정으로 향하게 됐다.

A군 아버지는 “지난해에 저희 아이에 대한 B군의 학교폭력 처분이 학교 봉사(3호)에 그친 것도 억울했는데, 올해 누가 봐도 보복성으로 저희 아이를 신고하니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 지난해 사건에서도 형사 고소까지 했는데도 가해자 쪽에서 반성하는 기미가 없는 것 같다”며 “저희 아이는 학교폭력 사건으로 학교에서 다른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할 만큼 힘들어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신고 당했을 때에도 비싼 돈 들여 변호사를 선임했고, 민사소송까지도 알아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19일 서울 푸른나무재단에서 열린 2026 학교폭력 실태조사 기자간담회에 앞서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2026.5.19 /연합뉴스
19일 서울 푸른나무재단에서 열린 2026 학교폭력 실태조사 기자간담회에 앞서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2026.5.19 /연합뉴스

이같은 ‘맞폭’은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매년 늘어나는 학교폭력은 통계로 증명되며 이 중 상당수가 맞폭 사건이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지난 2023년 1.9%였던 경기도 전체 학생 중 학교폭력 피해학생은 2026년 2.7%로 늘어났다. 비슷한 기간 학교폭력 행정심판 건수는 2023년 500건에서 2025년 795건으로 60% 가까이 늘어났다. 행정소송 건수 역시 143건에서 240건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학폭위는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지난 2020년 제도화됐다. 학교폭력 사안을 당사자가 아니라 제도로 중재하겠다는 취지였지만, 학폭위를 기반으로 법적 분쟁까지 이어지는 사례들이 잦아지며 갈등조정이 아니라 갈등을 증폭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영지·이시은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