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잇따르자 정부 ‘제도 강화’
현장 “횟수보단 위험도 구분을”
자치단체·警, 정보 공유도 한계
최근 아동학대 피해 사례가 잇따르자 정부가 즉각분리제도 등을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아동 보호 현장에서는 신고 횟수만으로 무조건 분리할 것이 아니라 사안의 경중을 가리는 정밀한 판단과 경찰·자치단체 간 정보 공유가 우선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 2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보완 대책’에 따르면 1년 이내에 2회 이상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될 경우 아동을 보호자로부터 즉각 분리하는 조치가 한층 강화된다.
수사기관의 아동학대 신고 접수 이력 관리, 기관 간 협력 강화, 학대 피해 아동 보호시설 확충 등이 주된 내용으로 담겼다. 이번 대책은 최근 천안에서 지적장애 아동이 할머니와 교회 목사에게 학대당하다 숨진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즉각분리 제도는 지난 2020년 팬데믹 시기 인천에서 화재로 형제가 사망하는 참변이 발생하자, 아동학대로부터 피해 아동을 신속하게 구출하기 위해 도입됐다.
자치단체장은 아동의 학대 피해가 의심되고 재학대 우려가 있으면 아동을 보호자로부터 분리해 학대피해아동쉼터 등 전담 보호시설에 입소시킬 수 있다.
인천에서는 즉각분리 조치가 연평균 100건가량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학대 아동을 보호하는 시설은 학대피해아동쉼터, 아동일시보호시설, 장애아동쉼터 등 7곳이다.
지역 아동학대전담공무원들은 정밀한 상황 판단 없는 일률적 분리 강화 조치에 우려를 나타냈다. 연 2회라는 정량적 기준보다는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보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의 한 기초단체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신체 상흔이나 명백한 위험이 없는 훈육 차원의 다툼이 보통 전체 조사의 60~70%를 차지하는데, 단지 2회 이상 신고됐다는 이유만으로 분리하는 것은 실효성이 크지 않다”며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으로 조사 건수는 급증하는 반면 이를 수용할 시설은 충분하지 않아 무조건적인 분리만 강요하면 현장이 마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치단체와 수사기관 간 공조 한계도 주요 걸림돌로 꼽혔다. 수사를 목적으로 하는 경찰과 피해 아동 보호·지원을 담당하는 자치단체는 목적과 역할이 다른 만큼, 정보 공유 등 협조 기준을 정밀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수사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치단체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방안을 찾는 것이 과제다.
기초단체 소속의 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아동학대 신고를 받은) 보호자들이 자치단체 조사에 비협조적이라 실상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며 “경찰에 수사 기록이나 진술 내용을 요청해도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단순한 정보만 제공받다 보니 즉각분리 여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아동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기관 간 협력 체계는 즉각분리 제도 도입 후 지속적으로 보완됐지만 현장에서 체감할 만큼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며 “아동학대에 한해서는 여러 기관이 공통된 정보를 빠르게 파악해 대응할 수 있도록 업무 협력을 단순 권고사항이나 지침에 그치지 않고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관 간 정보 공유 방안에 대해 “추가적으로 보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우선 경찰과 자치단체 간 학대 아동 정보를 상호 연계할 수 있도록 112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