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프로그래머 추천작

 

기후위기 지구서 자신의 터전 지키려 발버둥치는 북극곰 여정

지적장애 판정 받은 55세 니콜, 다가오는 시간 담대하게 마중

에베레스트산 아래 가난 벗어나려는 ‘승려와 짐꾼’ 형제 삶

나사-우주비행사 사이 벌어지는 긴장과 저항의 순간 재구성

/클립아트코리아
/클립아트코리아

‘평화는 결코 침묵하지 않는다’.

오는 16일까지 이어지는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DMZ Docs)에는 모두 52개국 147편의 국내외 최신 다큐멘터리영화들이 상영된다. 현실의 고통을 기록하고 증언하며 연대하는 다큐멘터리는 오늘날에도 결코 침묵하지 않는 평화를 이야기한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다큐멘터리의 목소리가 전하는 묵직한 메시지가 때로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땐 좀 더 친근하면서 가깝게 다가오는 작품들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DMZ Docs의 장병원 수석 프로그래머와 문주화 프로그래머가 함께 추천하는 올해 영화제에서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네 작품을 소개해 본다.

■ 국제경쟁 ‘골칫덩어리 곰’

개브리엘라 오시오 밴든, 잭 와이스먼 감독의 ‘골칫덩어리 곰’. /DMZ Docs 제공
개브리엘라 오시오 밴든, 잭 와이스먼 감독의 ‘골칫덩어리 곰’. /DMZ Docs 제공

‘골칫덩어리 곰’은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북극곰의 여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로, 올해 선댄스영화제의 미국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오랜 이동 경로를 따라온 북극곰은 관광객과 야생동물 관리관, 사냥꾼들이 지배하는 인간 세계를 헤쳐나간다. 그런 북극곰이 골칫거리로 낙인 찍히는 순간, 모두가 공유하는 풍경은 누구의 땅인지 불분명해진다. 동물은 관찰의 대상일까, 아니면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일까. 기후위기가 잠식한 위태로운 오늘날의 지구에서 우리 모두는 자신의 터전을 지키려 발버둥치는 가련한 존재들일 것이다.

■ 국제경쟁 ‘니콜, 니콜’

로랑 달렌바흐 감독의 ‘니콜, 니콜’. /DMZ Docs 제공
로랑 달렌바흐 감독의 ‘니콜, 니콜’. /DMZ Docs 제공

지적 장애 판정을 받은 55살의 니콜은 연로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니콜의 조카이자 감독은 그녀의 독립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했다. 자유를 갈망하는 니콜의 소박하고 순수한 눈빛과 이를 사랑으로 기록한 감독의 내밀한 관계는 소통이 단절된 오늘날 보기 드문 귀한 감동을 선사한다. 최근 극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가 가족의 뼈아픈 과거에 머무르는 영화라면, ‘니콜, 니콜’은 순전히 현재에 머무르면서 다가오는 시간을 담대하게 마중하는 영화다.

■ 기획전2. 에코 다큐멘터리: 함께 불화하기 ‘설산에서’

프랑수아 콜레르 감독의 ‘설산에서’. /DMZ Docs 제공
프랑수아 콜레르 감독의 ‘설산에서’. /DMZ Docs 제공

네팔에 사는 두 형제는 광활한 에베레스트산 아래에서 승려와 짐꾼이라는 상반된 삶을 살고 있다. 산악 관광의 성장으로 오히려 심화된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두 형제는 생존과 꿈 사이에서 삶을 바꿀 선택과 마주한다. 작품은 산을 오르며 미지의 영역을 향해 나아가려는 인간의 욕망과, 자연의 흐름 안에서 자신을 낮추고 깨달음을 구하려는 수행적 태도가 두 형제의 삶을 통해 교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짐꾼으로 일하던 형 락파는 최근 네팔 홍수로 현재 실종된 상태라고 한다.

■ 프런티어 ‘스카이랩: 우주의 노동자들’

그레임 안필드 감독의 ‘스카이랩: 우주의 노동자들’. /DMZ Docs 제공
그레임 안필드 감독의 ‘스카이랩: 우주의 노동자들’. /DMZ Docs 제공

1973년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세 명의 우주비행사가 우주 공간에서 노동 파업을 감행했다. ‘스카이랩: 우주의 노동자들’은 우주에서 발생한 최초의 노동운동을 기록한 독창적인 다큐픽션이다. NASA와 우주비행사 사이에 오간 방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스카이랩 내부에서 벌어진 긴장과 저항의 순간을 새롭게 재구성했다. 익살스러우면서도 유쾌한 인물들의 연기는 영웅으로 신화화된 우주비행사의 이미지를 전복한다.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흥미로운 작품이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