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 편성 시즌이 다가오면서 지방재정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곳곳에서 세수 부족과 부채 증가를 경고하는 리포트가 쏟아진다. 그러나 우리가 진짜 던져야 할 질문은 ‘부채가 얼마나 늘었는가’, ‘재원의 숫자가 얼마인가’가 아니다. 핵심은 재정의 외형적 크기가 아니라, 그 예산이 얼마나 건전하고 실질적으로 사용되고 있는가이다.
시흥시는 도시개발이 활발하게 펼쳐지면서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겪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하철 역사 신설이나 주차장 부지 매입 등 주민 삶에 직결된 기반시설 투자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런 대규모 투자를 충당하기 위해 지방채 발행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주민 편의와 도시의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발행하는 지방채를 단지 ‘빚’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지방채의 발행 여부나 발행 규모만으로는 해당 지자체 재정의 건전성을 결코 정확하게 진단할 수 없다. 겉으로 드러난 부채의 숫자에만 매몰되면, 필요한 시기에 이뤄져야 할 필수적인 공공투자가 위축되는 ‘재정 패닉’에 빠지기 쉽다.
지방재정의 위기를 제대로 진단하고 다루기 위해서는 시선을 ‘숫자’에서 ‘내용’으로 옮겨야 한다. 지방채를 발행했느냐가 아니라, 헛되이 새어나가는 불필요한 예산 편성은 없었는지 꼼꼼히 감시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아울러 지방재정은 부동산 경기 등 외부 경제 여건의 영향을 훨씬 더 직접적이고 민감하게 받는다. 단기 세수 변동이나 일시적인 채무 증가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수년에 걸친 재정 운용의 흐름을 평가해야 한다. 지금의 투자가 향후 도시의 자생력과 세입 기반을 확충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는지 따져보는 거시적 관점이 필수적이다.
다만, 이런 관점은 예산 편성권을 쥔 지자체에만 맡겨선 안된다. 지역사회가 ‘숫자의 착시’에서 벗어나 넓은 안목을 가지고 지자체를 감시할 때, 재정의 ‘액수’가 아닌 ‘품격과 내용’을 논할 때, 지방재정은 숫자를 넘어 주민을 위한 가치있는 투자로 되돌아온다.
/김성주 지역사회부(시흥) 차장 ks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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