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비공개·전담인력 부족… 답답·억울함이 소송 부른다

 

피해 학생, 가해자 판결 결과 몰라

폭력보다 죄질 무거운 사안에 치중

法, 강력 처벌땐 제재 인플레 우려도

3일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종합청사 모습. 2026.9.3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3일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종합청사 모습. 2026.9.3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학내에서 벌어진 사건이 법정 다툼으로 비화하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법조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미한 사안은 사법 체계가 아닌 교육 제도 안에서 원만히 해결해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불필요한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소년보호재판 비공개 원칙…형사·민사소송 이어져

법조계에서는 소년보호재판의 비공개 원칙이 소송전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상대방 측에서 법정에 제출한 증거 목록을 열람하거나 재판 이후 가해자에 대한 처분을 알 수 없어 소년보호재판 이후 민사 소송을 연달아 제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증인 신문 절차가 생략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경렬(법무법인 고운) 변호사는 “소년보호재판 사건은 본인의 진술내역과 피해사실 일부에 대한 CCTV 영상 등의 증거밖에 열람하지 못한다”며 “가해 학생의 방어권 차원에서도 (증거 열람이 필요한데) 무죄를 다투는 측면에서는 불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 학생 측에게 가해 학생에 대한 재판 결과가 공유되지 않는다. 피해 학생 입장에선 재판 결과를 아예 모르니까 많이 답답해하고 이로 인해 민사 소송까지 제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본인의 아들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한 학생이 올해 ‘맞폭’으로 신고한 것에 대해 민사 소송을 결심한 A군의 아버지(9월14일자 1·3면 보도) 역시 재판 결과를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 민사 소송을 결심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어떤 처분이 나왔는지를 보고, 납득해야하는데 그 결과 자체에 접근할 수 없으니 민사 소송까지 결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라며 “판결문까지는 아니더라도 피해자에게도 재판 결과가 공유되는 장치가 만들어져야 법적 분쟁이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소년보호재판 느는데 판사는 그대로…속도전 심리에 민형사상 소송까지

늘어나는 소년보호재판을 전담하는 인력이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다는 점도 민형사상 소송을 부추기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년보호재판으로 법정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전담 재판부 판사 수는 그대로라 경미한 사안까지 비중있게 다루기가 어려워졌고, 소년보호재판에서 시비를 가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해 법정 다툼을 이어가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수원가정법원에 접수된 소년보호재판 사건 수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총 9천764건으로, 지난해(8천985건)와 지난 2024년(8천707건)에 비해 증가하고 있다.

반면 소년부 판사는 3년째 4명에 그친다. 이 변호사는 “업계에서 소년보호재판 법정을 시장통이라고 비유할 정도로 재판에서 증인 신문을 할 만큼 (물리적으로) 시간을 빼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성년 피고인이) 재판에서 범행을 부인하면 (판사가) 검찰에 역송치할테니 다시 검찰에서 조사받으라는 취지로 말하거나, 훈계하고 돌려보내는 식으로 재판이 마무리된다. 이런 조치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학생들도 여럿 봤다”고 짚었다.

다만 재판부 입장에선 학교폭력 사안보다는 상대적으로 죄질이 무거운 다른 소년보호재판 사건에 힘을 들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가정법원 판사 출신인 이현곤(새올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가정법원에서 다루는 소년재판 사건 중 학교폭력 사안은 제일 가벼운 사안으로 보면 된다. 처벌 필요성이 크지 않은 사건들이 대부분”이라며 “(상대적으로 가벼운) 학교폭력 사안을 강력하게 처벌해버리면 다른 소년보호재판 사건들은 더 무겁게 처벌해야되지 않겠나. 그렇게 되면 제재의 인플레이션 현상이 와 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영지·이시은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