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만약’을 생각하는 것만큼 미련한 짓도 없지만, 종종 만약을 가정하고 그랬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오산을 취재하면서 만난 사람들도 오산의 지난 일들을 전해주며 만약을 전제로 아쉬운 마음을 전하곤 한다. 그 중에서 가장 아쉬움을 진하게 드러내면서도, 지나간 일이 아닌 현재진행형인 주제가 있다. 바로 ‘세교’다.
세교신도시는 오산의 입장에선 아픈 손가락이다. 애초의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됐더라면, 주변 도시의 발전을 부러워하는 현재를 맞진 않았을 것이다. 세교 개발의 시작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도권 남부의 주택난 해소와 인근 산업단지 배후 주거지를 조성하기 위해 세교는 1지구와 2지구, 3지구로 구성된 신도시로 개발될 계획이었다. 세교1지구의 입주가 본격화되던 시점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며 LH의 재정난이 커졌고, 정부는 돌연 세교3지구 지정을 취소해버렸다. 세교2지구마저 삽을 뜨지 못한 채 사업은 정체되다, 동탄2신도시 개발과 맞물려 세교2지구가 어렵사리 재개돼 현재에 이르렀다. 지난해 말 세교3지구가 다시 공공주택지구로 재지정되면서 이제야 계획대로 신도시가 완성되는 계기를 맞았지만 무려 30년에 가까운 세월을 참고 기다린, 참 애달픈 결과였다.
그래서 세교3지구의 본격적인 그림을 그리는 지금, 오산은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안고 있다. 만약 계획대로 함께 개발됐다면 종합적인 수요를 바탕으로 마땅히 들어섰을 만한 광역교통망을 기대하고 베드타운이 아니라 자족도시로 기능할 수 있는 산업용지도 꿈꾸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은 전체 사업비 중 고작 9%를 광역교통개선비용으로 사용할 계획 뿐이다.
16년 전 개발이 취소됐을 당시, 경기도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개발을 추진해놓고 LH의 방만한 운영으로 발생한 재정위기의 희생양으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지난 세월의 고통을 떠올리는 시민들의 불안을 부추기는 건 이번에도 중앙정부다. 적어도 도시의 미래는 현재 도시에 살고 있는 시민의 몫이어야 한다.
/공지영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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