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소청 직제 재손질… 조직 구성은 아직

인천엔 중대범죄 수사 중수청 없어 서울 이동

공항·항만 탓에 마약 밀수 등 국제범죄 노출

시민 접근권 침해 지적 등 초기 혼란 불가피

경찰 인력 보강… 현장 혼선·신뢰 회복 과제

인천지방검찰청 청사.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지방검찰청 청사.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오는 10월 2일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서 검찰청이 78년만에 폐지되고 인천의 형사·사법 시스템도 큰 변화를 맞는다. 인천지방검찰청은 인천지방공소청으로 출범하고 인천 지역의 중대범죄는 서울지방중대범죄수사청이 수사하게 된다. 검찰청 폐지를 보름여 앞두고도 구체적인 조직 체계와 규모가 정해지지 않아 형사사법 체계 전환을 둘러싼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공소청 직제 불투명…‘개문발차’ 현실화되나

10월 2일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이 폐지되고, 인천지방공소청은 수사기관이 넘긴 사건을 검토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재판에서 공소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는다. 인천공소청의 검사 정원은 114명으로, 현재 인천지검 정원에서 부장검사 1명만 감소하게 된다.

행정안전부와 법무부가 각각 입법예고한 ‘공소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안)’, ‘검사정원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 따르면 인천공소청에는 경찰과 중수청이 무혐의 처분을 내려 송치하지 않은 사건 수사 기록을 꼼꼼히 살피는 ‘사법통제부’와 여성·아동범죄전담부, 공공·형사부, 공판·송무부 및 공판·환수부 등이 설치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정부가 공소청 직제안을 다시 손보기로 하면서 조직 구성은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 인천지검 한 관계자는 “검찰이 폐지되는 거대한 전환을 보름 가량 앞두고도 공소청의 역할은 어디까지인지, 조직은 어떻게 구성되는지 확정된 것이 없으니 답답하다”며 “일선 검사들은 혼란 속에서 우선 당장 밀려오는 사건을 처리하는데 급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 중수청 없는 인천…중대범죄 수사 서울서 맡는다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법왜곡 등 7대 중대범죄를 수사하는 중수청이 인천에는 설치되지 않아, 인천 시민의 사법 접근권을 침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수청은 본청과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등 6개 지방청 체제로 출범한다. 서울중수청은 인천과 서울, 경기 북부, 강원 등 대한민국 인구와 사건 절반 가량을 맡게 된다.

인천은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끼고 있어 마약 밀수 등 국제범죄 수요가 큰 지역이다. 인천지검은 2016년 서울중앙지검, 부산지검과 함께 국제범죄 중점검찰청으로 지정돼 관세법·외국환거래법·출입국관리법 위반과 마약 밀수 등 국제범죄를 담당해왔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5 범죄분석’에 따르면 2024년 인천지검이 지휘·관할하는 지역에서 발생한 마약(향정) 사건은 1천338건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수청의 보완·재수사 대상까지 확대되면서 인천지역 사건이 서울중수청에서 다뤄지는 범위가 더 넓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17일 성폭력 범죄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스토킹, 아동학대, 장애인 학대, 노인학대, 가정폭력 등 이른바 ‘사회적 약자 7대 범죄’에 대해 공소청 검사가 중수청에 보완수사나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중수청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경찰이 수사한 관련 사건 중 추가 수사가 필요한 경우 중수청이 보완·재수사를 맡게 된다. 인천 시민들은 중수청 수사 과정에서 대면 조사가 필요한 경우 서울까지 이동해야 한다. 특히 섬 주민들은 배를 타고 인천에 도착해 서울까지 이동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인천고등법원, 인천지법 북부지원 설립 등 인천 지역의 사법 편의성이 향상되고 있지만, 이번 개편으로 중요 수사는 모두 서울에서 이뤄지게 된 것이다.

인천지방변호사회는 지난 8일 성명을 내고 “시민들의 온전한 사법권 보장과 형사 사법 정의 구현을 위해 인천중수청 신설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판 지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수사기관의 기록만으로 공소를 유지해야 하는 공소청 검사들이 증인신문을 적극 활용하면서 심리가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선 법원에서는 검찰 인력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사건 처리 지연을 체감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성수 인천지방법원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검찰의 사건 처리가 늦어져 피해자들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며 “배당된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 수사 인력 보강하는 경찰, 신뢰 회복도 과제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로 수사 업무가 확대되는 경찰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경찰청은 하반기 인사에 맞춰 경찰기동대 상설부대 정원을 줄이고 수사·감찰 등 분야에 881명을 보강하기로 했다. 인천경찰청은 4개 경찰기동대 정원 320명을 288명으로 조정하고, 수사 분야에 모두 31명을 보강했다. 사이버수사대 7명, 경찰서 통합수사팀 4명, 여성·청소년 수사 13명, 피해자 보호 2명, 수사감찰 4명, 순직·공상 지원 분야에 1명이 배치된다.

중수청의 보완수사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도 마련한다. 경찰청은 시·도경찰청의 수사심의계를 총경급 ‘수사심의과’로 격상하고 산하에 ‘수사협력계’를 두기로 했다. 수사협력계는 중수청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와 재수사 요구, 시정조치 요구 등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관리한다. 인천에는 수사심의계에 경정 이하 인력 9명이 배치될 예정이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단순히 수사 인력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의 한 경찰서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이미 수사 부서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졌고, 저연차 경찰관들만 있을 뿐 허리 역할을 하는 중간급 인력은 대부분 사라진 상황”이라며 “인력이 늘어나더라도 당장 현장의 혼란과 밀려오는 사건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과제다. 최근 ‘장윤기 사건’을 비롯해 제주에서 발생한 실종사건 허위 종결 등으로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진 상황이다. 최근 5년간 사건 처리 과정에서 허위보고나 임의 종결 등 ‘사건처리 부적절’을 사유로 감찰·징계를 받은 인천 경찰관은 38명이다. 경기남부, 충남에 이어 전국 시도경찰청 중 세 번째로 많다.

인천경찰청은 오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체계 개편에 따른 내부 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