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방과후수업 중인 한 초등학교 다목적실. 학생 A가 같은 반 친구 B를 80㎝ 높이 단상 아래로 밀어 다치게 했다. 두 학생 모두 초등학교 1학년, 만 7세였다. 어른들이 개입하면서 학교폭력 여부를 두고 이듬해부터 3년간 교육청 심판과 법원송사로 번진 사건이 됐다.

교육청 심의·심판이 엇갈렸고, 1·2심 법원의 판단도 달랐다.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학폭으로 판단해 ‘서면사과’라는 법적 조치를 했다. A군 쪽이 불복해 열린 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는 학폭이 아니라며 조치를 취소했다. 이번엔 B군 쪽이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은 학폭이라며 행심위 재결을 취소한 반면 2심은 학폭이 아니라고 또다시 뒤집었다.

부모들의 송사에 대법원이 지난 3일 종지부를 찍었다. 20일 보도된 판결에서 “(학교폭력은) 행위의 경중, 발생 경위나 전후 사정, 피해·가해 학생의 연령이나 관계 등을 고려한 피해 학생의 보호 및 가해 학생의 선도·교육의 필요성 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2심 판단을 확정했다.

또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 전체를 학교폭력으로 정의한 학교폭력예방법 2조 대로면 “학생들 사이의 모든 갈등이나 분쟁이 학교폭력에 해당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피해 학생의 보호 및 가해 학생의 선도·교육의 필요성이 거의 없는 경우는 법 대신 교육으로 해결하라는 법리를 남긴 것이다.

법과 교육 사이에서 혼돈에 빠진 학교의 민낯이 심란하다. 교총의 지난 9일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2년 2만1천565건인 전국 교육청의 학폭 심의 건수가 2025년 2만9천405건으로 36.4% 증가했는데, ‘학교폭력 아님’ 판정 비율은 13.5%에서 22.1%로 급증했단다. “또래 간의 일상적 갈등이나 사소한 말다툼 마저 행정·사법 절차로 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심의에 불복한 쌍방의 행정심판과 법정소송도 늘었을 테다.

3년 분쟁이다. 대법원 판결이 A군 부모와 B군 부모에겐 정의의 구현과 실종으로 엇갈릴 테다. 애초에 교육으로 학교 안에서 해결할 문제였다. 학교와 부모가 사과와 용서로 일곱살배기들을 화해시켰다면, 두 친구는 지금도 신나게 교정을 함께 누비고 있을 테다. 학교는 제도를 가동했고, 부모는 법정으로 갔다. 이제 초등 4학년, 두 동갑내기가 부모의 시선으로 서로를 응시하는 장면을 떠올리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