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보호자 구내염 완치 기대

약물만으론 어려워… 발치 치료

건사료 먹기·일상생활 지장 없어

예방 시작 ‘관심’… 잊지 말아야

송민형 수원시수의사회 회장
송민형 수원시수의사회 회장

지난 칼럼에 이어 3대 고양이 구강질환으로 손꼽히는 구내염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해 보겠다.

구내염 치료를 시작하면 대부분 보호자는 약으로 완치될 것이라 기대한다. 물론 항생제와 소염제, 진통제는 통증을 줄여주고 염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만성 구내염은 약물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약을 먹는 동안에는 좋아지는 듯하다가 중단하면 다시 심해지는 일이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보호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치료가 바로 발치이다. “이를 다 뽑으면 어떻게 먹나요”라는 질문은 거의 모든 보호자가 한다. 이해할 만한 걱정이다. 사람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치료이기 때문이다.

또한 발치하는 과정이 결코 녹록한 일은 아니다. 통증 때문에 제대로 먹지 못해 취약해진 건강 상태는 마취의 위험도를 높이며 발치하는 치아의 양과 난이도에 따라 수술 시간은 늘어나고 수술 후 회복도 힘겹게 이겨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비추어볼 때 발치 수술을 수의사 본인 역시도 장시간의 수술이 버거운 정도인데 직접 수술을 받는 고양이는 얼마나 힘겨울까 하는 안쓰러움이 생긴다.

하지만 수많은 임상 연구와 실제 진료 경험 등을 되돌아보면 모두 동일한 결론을 보여준다. 통증의 원인이 되는 치아를 제거하면 대부분의 고양이는 이전보다 훨씬 편안한 삶을 되찾는다. 발치 후 처음으로 통증 없이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보호자들도 적지 않다. 고양이는 사람처럼 음식을 오래 씹는 동물이 아니므로 적응만 되면 건사료도 잘 먹고 일상생활에도 큰 불편이 없다.

물론 발치 수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모든 환자가 완전히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면역 조절 치료나 추가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하기도 하며 꾸준한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예방의 시작은 구강 관리다. 고양이가 어릴 때부터 양치질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며, 정기적인 스케일링과 건강검진은 질환을 예방하거나 조기에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다양한 구강 관리 제품이 개발되어 보호자들이 보다 쉽게 관리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치료보다 중요한 것은 보호자의 관심이다. 입 냄새가 심해지지는 않았는지, 침흘림이 많아지지는 않는지, 식사 시간이 길어졌는지, 평소보다 그루밍을 하지 않는지와 같은 작은 변화가 구내염의 첫 신호일 수 있다. 고양이는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자잘한 행동들을 통해 통증을 표현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구강질환은 이제 흔한 노령성 질환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입이 아픈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통증은 치료의 대상이며 삶의 질은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

수의사로 살아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치료가 끝난 뒤 다시 편안하게 밥을 먹는 고양이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렇게 잘 먹는 아이인 줄 몰랐어요”라며 웃는 보호자의 얼굴이다. 치료는 단순히 병을 없애는 과정이 아니라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아 주는 일이다.

우리는 고양이가 말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침묵 속에서 견디는 통증을 가장 먼저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은 보호자이다. 작은 관심 하나가 한 생명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바꿔줄 수 있다.

고양이 구내염은 단순한 입병이 아니고 결코 드문 질환이 아니라 평생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질환이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와 꾸준한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통증을 줄이고 행복한 삶을 이어갈 수 있다.

사랑하는 반려묘가 오래도록 건강하게 곁에 머물 수 있도록 오늘 한 번, 아이의 입안을 따뜻한 시선으로 살펴보는 슬기로운 보호자생활을 권해본다.

/송민형 수원시수의사회 회장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