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제패 이현중, 다음 목표는 세계 무대
이현중 “한국 농구, 잘한다는 평가 받고 싶다”
어머니 넘어선 아들 “부모님의 존재가 큰 행운”
병역 해결 “26일 미국으로” NBA 도전 계속
“제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팀원들과 코칭스태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습니다.”
한국 남자농구가 12년 만에 아시아 정상으로 돌아왔다. 우승 주역이자 대표팀 ‘에이스’ 이현중(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은 공을 팀에 돌렸다.
지난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인터내셔널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에서 니콜라스 마줄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일본을 67-57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현중은 이날 27득점 18리바운드로 맹활약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예선부터 4강까지 이어진 여정에서도 중심에는 이현중이 있었다.
시상식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그는 자신보다 팀을 먼저 언급했다. 취재진이 몰리자 동료들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현중은 “대표팀에서 우승한 것 자체가 정말 기쁘고, 역사에 남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갈 모멘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준용이형, 재석이 형, 늦게 합류한 문정현을 비롯해 벤치에 있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없었다면 나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각 팀의 에이스들이 대표팀에 와서 수비와 궂은일을 해준 덕분에 편하게 농구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구는 팀 스포츠다. 어릴 때는 득점이 많은 선수들이 더 눈에 들어왔지만, 수비와 궂은일을 해주는 선수들이 없으면 그런 플레이도 나오기 어렵다. 개인이 아닌 팀으로 하나 돼 우승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도 했다.
스스로에 대해서는 겸손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이번 대회는 70점 정도”라며 “수비나 리바운드, 경기 운영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현중 가족에게도 이번 우승은 남다르다. 매산초·삼일중·삼일고를 졸업한 이현중은 수원 출신으로, 미국 데이비슨대를 거쳐 NBA 하위 리그인 G리그 등에서 활약했다. 이현중의 어머니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여자 농구 은메달리스트 성정아, 아버지는 이윤환 삼일고 농구부 감독이다.
이현중은 “어머니가 많은 말씀은 안하셨다. ‘오늘도 너처럼 해라’고 냉철하게 말씀해주셨다”며 “어머니의 존재가 나를 더 겸손하게 만든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존재가 너무 인생의 큰 행운”이라고 했다.
결승전 한국은 일본에 1쿼터를 내줬지만, 2쿼터 동점을 만든 뒤 3쿼터에서 역전하며 승기를 잡았다. 이 과정에서 이현중의 헌신적인 플레이가 돋보였다.
이현중은 “찬스가 나면 슛을 던지고, 리바운드에 더 많이 참여하려고 했다”며 “경기 중 리바운드가 6개나 밀리고 있다는 걸 알고 적극적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 빅맨인 커크가 높이는 있었지만, 리바운드를 뺏으면 트랜지션이 느려진다는 걸 팀이 알고 있었다”며 “리바운드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 공격이 더 수월해질 것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전 준비 과정에서도 변수가 있었다. 대표팀은 오전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훈련장 이동을 위한 조직위원회 버스가 도착하지 않아 훈련이 취소됐다. 앞서 제공된 숙소 환경이 좋지 않아 시내 호텔로 한 차례 이동하기도 했다.
이현중은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오전 운동이 취소됐다고 해서 경기력을 못 보여주면 농구 선수가 아닌 것 같다. 감독님도 냉철함을 유지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를 하다 보면 가끔 이런 상황이 생긴다. 그럼 더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다만 감정은 최대한 누르고 냉정하게 플레이하려고 했다”고 했다.
마줄스 감독을 향한 감사도 전했다. 마줄스 감독은 올해 1월 취임했고, 대회 직전 평가전에서 대표팀이 2승6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받으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현중은 “마줄수 감독님을 보면 제가 처음 해외에 도전했을 때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주변에서 많은 질타가 있었고, 낯선 나라에 사단도 없이 혼자 와서 해주셨다”며 “선수들에게 (감독의 스타일을) 입히는데 시간이 걸렸다. 감독님이 꿋꿋이 나아가는 모습을 보고 배웠다. 감독님을 위해서 더 잘 뛰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고 했다.
금메달 이후에도 시선은 다음을 향했다. 이현중은 “월드컵, 올림픽, NBA도 모두 도전하고 싶다. 하고 싶은게 아직 더 많다”며 “대표팀 경기에서는 모두 승리하고 싶고, 한국 농구가 ‘약하지 않다’를 넘어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밝혔다.
이현중은 NBA 도전을 이어나간다. 그는 아시안게임에 앞서 NBA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와 1년짜리 비보장 계약인 ‘이그지빗 10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비보장 계약 조건이 좀 아쉽거나 그런 건 전혀 없었다”며 “꿈을 향한 선택이기 때문에 후회 없이 결정했다. 이 선택을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6일 미국으로 향한다”며 “바로 시작이니까 금메달은 오늘 내일까지만 기뻐하고 가족들이랑 추석을 보낸 다음에 바로 미국 시애틀을 거쳐 포틀랜드로 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번 금메달로 병역 문제가 해결되면서 그의 도전에도 힘이 실렸다. 이현중은 “기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저뿐만 아니라 다른 유망주 선수들도 군 면제라는 특혜를 받은 만큼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표팀도 더 큰 무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월드컵 등 세계 무대에 도전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며 “병역 혜택을 받았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더 열심히 해서 국민들께 보답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나고야/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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