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보통교부세 10분의1 못미칠 전망
사업예산 줄줄이 꺾이고 반대급부도 전무
논리·전략 안 보이니 가치증명 ‘敢不生心’
여전히 인천과 전주를 오가고 있다. 월요일 새벽 집을 떠나 전북대에서 지내다 목요일 밤 올라온다. 그사이 학교는 지난 몇 달간 열병을 앓았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알려진 거점국립대학교 패키지 지원대학 선정 사업 때문이다. 시쳇말로 몰빵을 했는데 고배를 마셨다. 1차 패키지의 승자는 부산대, 전남대, 충남대다.
마침 새 총장을 뽑는 절차가 시작될 즈음이다. 차기를 내다보는 잠재적 후보들이 대학 현안을 놓고 저마다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시점. 탈락의 원인을 진단하고 처방을 제시하는 글들이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중 한 교수의 글이 유독 굵게 읽혔다. 수도권의 렌즈, 인천의 시선으로 읽어서일 것이다.
이번 선정 결과를 ‘애초부터 초광역 메가시티(5극) 중심의 거대 행정·산업 논리로 판이 짜여진, 철저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진 평가’라고 했다. 부·울·경, 전남광주, 충청권 등 거대 광역권에 자원과 명분을 몰아주는 구조 속에서 3대 특별자치도(3특)의 일원인 전북과 학교는 출발선부터 구조적 소외를 감내해야만 했다고 분개했다.
‘5극’ 중심의 국가정책체계를 이대로 방치하면 ‘3특’ 전북은 계속해서 구조적 불이익과 소외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전북도, 지역 정치권, 도민사회와 하나로 뭉쳐 정부의 왜곡된 균형발전 잣대에 강력히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새만금을 비롯한 전북의 미래전략자산을 대학의 연구 생태계와 직결시키는 대체 불가능한 독자적 가치를 증명해내야 한다. 글이 주장하는 바다.
읽으면서 생각은 끝내 인천에 가 닿는다. ‘3특’의 분노가 이러할진대 족보만 ‘5극’인 인천은 도대체 어떡해야 하니? 5극 가문인 수도권 안에서도 소외당하기 일쑤여서 초립 쓴 홍길동 신세인 인천은 도대체, 무엇을, 어떡해야 하니?
정부가 반도체 호황으로 거둬들인 세금으로 미래대응기금을 적립한다. 그 과정에서 인천은 최대 피해자가 되지 싶다. 5천억원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내년도 보통교부세는 기금 적립 때문에 10분의1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세수가 탄탄해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는 서울과 경기도와 달리 교부세 의존도가 높은 인천으로선 치명적이다. 기금이 지방계정을 통해서도 ‘4극’과 ‘3특’만 키우면 인천은 저 끝자리로 밀려날 공산이 크다. 겹겹의 타격이다.
현안 사업들은 줄줄이 꺾이고 있다. 내년도 국비 확보액이 최초로 7조원을 넘어섰다고 내세우지만 국가직접사업 예산은 이례적으로 2.9% 뒷걸음질 쳤다. GTX-B나 계양~강화고속도로 건설 사업비의 경우 요구액의 절반이나 감액됐다. 되살아난 인천e음의 국비 지원도 요구액의 4분의1이 깎여나갔다.
마땅한 반대급부는 온전히 얻어내질 못한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산업용 지역 전기 요금제 설계안에서 인천은 ㎾h당 6~10원 할인에 그쳤다. 172.7%의 높은 전력 자급률에도 불구하고. 이 수준을 넘는 지역은 원전과 재생에너지 생산이 집중된 남부권밖에 없다. 최대 18원이나 할인받는다. 인천의 사업장들이 그러잖아도 어려운 여건에서 이런 ‘손실’까지 고스란히 감수하는 셈이다.
새 시장에게 기대를 걸었다. “규제할 땐 수도권으로 묶고, 지원할 땐 수도권이라며 밀어낸다”고 정확하게 짚지 않았나. 하지만 진단뿐이다. 대응이 없다. 시장의 ‘개인기’에만 과도하게 기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기 시작한다. 인천대와 인하대 등 대학을 포함한 지역 공동체는 대응의 바탕이 될 논리조차 개발해 내지 못한다. 스스로 이 공동체의 성원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전혀 관심 없는 부류도 적지 않다. 지역 정치권 역시 늘 그렇듯 산발적이고 원로란 이들은 수염만 쓰다듬고 있다.
논리가 없는데 전략이 세워질 리 있나. 지역 공동체 전체가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자원도, 동력도, 그 어떤 것 하나도 갖춰진 게 없다. 전에는 허공에 빈 주먹이라도 내질렀다. 그렇게 애써 만들어온 역사를 깡그리 잊은 게지. 부끄러움도 모르고 감각도 잃은 채 그저 안락의자에 푹, 파묻혀 지낸다. ‘대체 불가능한 인천의 독자적 가치’를 증명하기란 감불생심(敢不生心)이겠다.
/이충환 언론학 박사·객원논설위원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