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는 송편이다. 올해는 추석이 예년에 비해 조금 빠른 편이어서 가을걷이가 이제 막 시작되었지만 보통의 추석에는 잘 익은 온갖 먹을거리가 풍성하게 마련이다. 어릴 때 먹던 추석 명절 음식 중에는 송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벼를 베고, 쌀을 찧고, 쑥가루를 내고, 소를 만들고 하는 일은 어른들의 몫이었지만 빚는 일은 아이들도 할 수 있었다. 송편은 몇 안되는 식구들이었지만 빙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빚었다. 송편 모양은 제각각이었다. 소를 조금만 많이 넣어도 배가 불룩해지고, 너무 적게 넣으면 얇고 뾰족해져 볼품이 없었다. 누가 잘 빚었는지는 솔잎을 켜켜이 깔고 솥에 찐 뒤에 배가 터진 것과 온전한 것으로 판가름이 났다.
송편은 오래전부터 우리의 추석 대표 음식이었다. 1920년대 초반에 나온 ‘해동죽지(海東竹枝)’라는 우리나라 지역별, 시기별 명물 음식을 소개한 책에도 ‘팔월에는 송편(新松餠)’이라고 했다. 물론 정월이나 봄에도 송편을 먹었다는 옛 기록은 있지만 아무래도 추석에는 송편이었다. 추석 차례상에 오르는 음식 중에 정월보름이나 단오 때와 다른 게 있었으니 바로 송편이다. 송편과는 다른 떡이지만 우리의 전통 떡 중에는 소나무 껍질을 재료 삼아 빚는 것도 있었다. 말 그대로 송피병(松皮餠)이다. 솔잎 성분 중에는 세균 증식을 막아 음식을 상하지 않게 하는 피톤치드가 유난히 많다고 한다.
요즘에야 냉장고 없는 집이 없겠지만 전기가 없던 시절에는 음식 보관 방법이 마땅치가 않아 불편한 게 이만저만 아니었다. 송편의 솔잎처럼 음식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우리만의 전통 방식이 여럿 있었다. 하나만 소개하면, 추석맞이 대표 과일 배를 저온 냉장이 아니라 따뜻한 곳에 두고도 봄까지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무(蘿蔔)에 배나무 가지째 꽂아 종이에 싸서 보관하면 된다고 16세기 조리서인 ‘수운잡방’에 소개돼 있다. 무를 숙주로 이용하다니, 깜짝 놀랄 만한 기발한 방식이다.
최근에는 송편을 찔 때 솔잎을 넣기가 망설여지는 경우가 많다. 소나무 병해충 방제용 고독성 농약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 충남 태안, 보령, 서천, 청양 쪽에 소나무 재선충병이 심각하다고 한다. 어릴 때 아무 걱정 없이 먹었던 송편의 안전성까지 생각해야 하는 지경이다. 다들 안전한 추석 명절 보내시길 기원한다.
/정진오 국장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