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최다, 최소 그리고 유일. 숫자 ‘1’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팔십 해를 걷고 다시 한 발자국을 내딛으며, 우리가 딛고 있는 경인 지역 바닥에 새겨진 1의 의미들을 찾아봤다. 가장 위대한 하나에서 가장 비천한 하나까지 명예롭거나 때로 수치스러웠던 ‘1’들 속에서 길러낸 이야기를 독자들께 소개한다.

[특별기획 ‘+1’]

 

하나의 팔당호, 수도권 2천600만명의 생명수

남양주·양평·광주는 50년 규제 ‘족쇄의 그늘’

재산권 침해부터 인구감소·지역소멸까지 희생

이제는 ‘보전’과 ‘공존’의 새로운 셈법이 필요

팔당호를 중간에 놓고 발전상이 엇갈렸다. 왼쪽은 규제로 묶여 있는 남양주시 조안면이고, 영향을 받지 않은 오른쪽 양평군 양수리에는 아파트, 고층건물 등이 보인다.  /경인일보DB
팔당호를 중간에 놓고 발전상이 엇갈렸다. 왼쪽은 규제로 묶여 있는 남양주시 조안면이고, 영향을 받지 않은 오른쪽 양평군 양수리에는 아파트, 고층건물 등이 보인다. /경인일보DB

팔당호는 하나다. 북한강과 남한강, 경안천이 만나 한 줄기로 흐르다 팔당댐으로 인해 생긴 인공호수 하나가 서울·인천·경기도 2천600만명의 물을 책임진다. 팔당호의 유역 면적은 2만3천800㎢, 저수용량은 2억4천400만t에 달한다. 하루 260만t에 이르는 이 호수의 물이 취수장을 거쳐 수도권으로 흘러가는데, 이는 수도권 전체 취수량의 약 80%를 차지한다.

그러나 하나였던 물줄기는 반세기 동안 두 개의 운명으로 갈라졌다. 급격한 도시화로 서울과 근교 지역의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자, 수도권 지역의 상수도 공급을 위해 1973년 완공된 것이 팔당댐이다. 댐 건설로 17.1㎢의 땅이 물에 잠겨 팔당호가 됐고, 1975년 7월 경기도 공고에 따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팔당호를 둘러싼 남양주·광주·양평·하남·여주·이천·가평 등 7개 시·군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 촘촘하게 규제받는 땅이 됐다. 하나의 팔당호, 하나의 생명수, 그러나 갈라진 하나의 운명을 좇아본다.

그래픽/박주우기자 neojo@kyeongin.com
그래픽/박주우기자 neojo@kyeongin.com

■ 남양주… 8개의 규제·조안면의 좌절

남양주는 도내에서 가장 복잡하고 강력한 8개 중첩 규제를 받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전체 면적의 47.2%가 성장관리권역 규제를 받고 있으며 46.7%가 개발제한구역, 42.6%가 자연보전권역, 42.5%가 특별대책지역에 속한다. 또 과밀억제권역, 군사시설보호구역, 상수원보호구역, 수변구역 규제도 받고 있다.

그 중 1975년 팔당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와부·조안면을 비롯한 동부 권역은, 전체 면적의 84%가 규제에 묶여 기본적인 생활기반시설 확충조차 철저히 제한받고 있다. 특히 조안면은 마을 내에 약국, 치킨집, 미용실조차 들어서지 못하는 극심한 낙후 지역이다. 그린벨트에 상수원보호구역까지 이중 규제에 묶이면서 주민 70% 이상이 전과자 신세로 전락했다는 것이 조안면 피해주민대책위원회의 호소다.

50년 전 기준을 지금까지 그대로 적용하면서 원거주민의 후손들이 자격을 승계받지 못하거나 생업을 이어갈 수 없게 돼 인구가 급감, 심각한 고령화와 마을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25년 11월 헌법재판소는 남양주시와 조안면 주민 등이 팔당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로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며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2020년 10월 시와 주민들이 심판을 청구한 지 5년 만이다. 이 사건은 깨끗한 식수원 유지와 주민들의 재산권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사건으로 주목받았다. 만일 헌법불합치·일부위헌 결정이 나올 경우 수도법과 상수원 관리규칙 등 상수원 규제 전반에 대한 제도 재정비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헌재의 각하 결정으로 좌절됐다.

특별대책지역 수질보전정책협의회(이하 특수협)가 연구·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0년 동안 남양주 시민들이 입은 땅값 손실만 무려 217조원, 해마다 발생하는 피해액도 9조8천억원에 달한다.

반면 북한강을 사이로 마주한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는 당시 면 소재지라는 이유로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에서 제외되면서 현재 고층건물과 식당, 카페 등이 들어서 있다. 강 하나를 두고 두 얼굴의 풍경, 이것이 정부의 상수원보호구역 잣대를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이다.

2012년 팔당수계 지역 7개 시·군 기초의회 의원 및 주민 등으로 구성된 ‘특별대책지역 수질보전정책협의회 주민대표단’이 정부의 한강수계기금 불합리한 운용 등을 규탄하고 있다.  /경인일보DB
2012년 팔당수계 지역 7개 시·군 기초의회 의원 및 주민 등으로 구성된 ‘특별대책지역 수질보전정책협의회 주민대표단’이 정부의 한강수계기금 불합리한 운용 등을 규탄하고 있다. /경인일보DB

■ 양평… 100% 규제구역·재정자립도 도내 최하위권

양평군은 팔당 수계 7개 시·군 가운데 법적 제약이 가장 촘촘하게 중첩된 지역이다. 군 전체 면적(877㎢)의 100%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에 속하며, 팔당호 특별대책지역 1권역(76.4%)을 비롯해 상수원보호구역과 수변구역이 중복 지정돼 있다. 수도권 수질 보전을 이유로 각종 개발 행위와 산업 시설 입지가 수십년간 제약을 받아왔다.

중첩 규제는 지역 경제 지표의 낙후로 이어졌다. 올해 기준 군의 재정자립도는 15.8%로, 31개 시·군 중 29위의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는 도 평균 재정자립도(44.4%)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공장 신·증설과 대학 유치가 법적으로 봉쇄되면서 지역 내 제조업 비중은 1%대에 그쳐 있으며,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9.3%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 심화 단계에 진입했다.

1998년 한강수계법 제정 당시 주민들이 삭발식과 상경 투쟁을 펼치며 생존권 보장을 촉구했던 배경에도 이같은 제도적·경제적 고립이 자리하고 있다. 이 법은 1998년 11월20일 정부 합동으로 발표된 ‘팔당호 등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관리 특별대책’을 상당 부분 반영해 이듬해 1999년 2월 제정된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개선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다.

수도권 식수원을 지켜온 공익적 기여에 비해 돌아온 결과는 재정 침체와 인프라 정체뿐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군은 중첩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 지원과 제도 개선을 위해 특수협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동시에 취수장 이전 등 지역 숙원 사업 해결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단순 지원금을 넘어 규제 재조정과 실효성 있는 보상 체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어부 임춘일씨가 팔당호에서 장어를 잡기 위해 물속에 주낙을 넣고 있다. 2026.7.6 /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어부 임춘일씨가 팔당호에서 장어를 잡기 위해 물속에 주낙을 넣고 있다. 2026.7.6 /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2024년 9월 한강유역환경청은 한강수계법 제정 25주년을 기념해 ‘팔당호 발전비전 마련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광주시 제공
2024년 9월 한강유역환경청은 한강수계법 제정 25주년을 기념해 ‘팔당호 발전비전 마련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광주시 제공

■ 광주… 팔당수계 규제의 50%·인구 양극화

광주시는 팔당수계 7개 시·군 가운데 상수원보호구역 면적 비중이 가장 큰 지역이다. 관내 상수원보호구역은 83.627㎢로 팔당수계 전체 상수원보호구역의 52.7%를 차지한다. 여기에 자연보전권역, 개발제한구역, 특별대책지역 규제까지 겹치면서 광주도 남양주 못지않은 중첩 규제 지역으로 꼽힌다.

규제의 뿌리는 남양주와 마찬가지로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초월읍·퇴촌면·남종면·남한산성면 일대의 자연마을들은 개발제한구역·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등 중첩 규제로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왔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제가 인구 지형을 극단적으로 갈라놓고 있다는 점이다. 광주 인구가 40만명을 넘어서는 등 수도권 중견도시로 변화하고 있으나, 개발규제가 심한 지역은 오히려 인구가 줄거나 정체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광주시 노인 인구 비율은 남종면이 45.6%로 가장 높고, 남한산성면, 퇴촌면 순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에 속한다는 이유로 지방소멸대응금 지원 대상에서도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픽/박주우기자 neojo@kyeongin.com
그래픽/박주우기자 neojo@kyeongin.com

경제적 제약도 뚜렷하다. 이천·남양주·용인·가평·양평·여주·안성 등과 함께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인 광주는 산업단지나 도시개발 사업 추진 시 규모가 6만㎡ 이하로 제한되며, 2006년 제정된 지침에 따라 인접 부지에 여러 사업자가 개발할 경우에도 전체 면적이 6만㎡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연접개발 규제까지 적용받는다. 이 때문에 소규모 개별공장만 무분별하게 늘어나고 있으며, 자연보전권역에는 종합대학 이전까지 금지돼 있어 산학협력을 통한 인재 양성과 교육도시로의 성장 전략도 원천 차단된 상태다.

최근 박관열 시장은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를 찾아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 규제 개선과 공공주택특별법 특례 조항 신설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시는 자연보전권역 등 각종 규제로 대규모 개발과 기업 유치에 제약을 받고 있다며, 규제를 조정해 대규모 택지와 첨단산단을 조성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광주시 이·통장협의회와 특수협은 한강수계기금 주민지원사업비의 일방적 삭감에 반발해 궐기대회에 나서기도 했다. 규제는 그대로인데 지원마저 줄어드는 현실은, 팔당 수계 보전에 따른 정부의 책임이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밝아오는 햇빛이 팔당호로 흘러들어오는 물줄기를 비추고 있다. /경인일보DB
밝아오는 햇빛이 팔당호로 흘러들어오는 물줄기를 비추고 있다. /경인일보DB

■ 하나의 팔당, 갈라진 셈법… 이제는 ‘1’로 되돌릴 때

팔당상수원은 오늘도 수도권 2천600만명의 ‘생명수’로 쓰인다. 그러나 그 생명수를 지켜온 대가는 지난 50년간 상류 지역에만 일방적으로 전가돼 왔다. 남양주 조안면의 헌법소원은 각하됐고, 양평은 군 전체가 규제에 묶인 채 재정자립도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광주는 팔당수계 규제의 절반 이상을 홀로 짊어지고도 인구소멸 위기에 놓인 마을을 그대로 두고 있다.

팔당호는 하나다. 그 물을 마시는 사람도, 그 물을 지켜온 사람도 결국 하나의 수도권 공동체다. 질문도 하나다. 하나의 물줄기가 갈라놓은 50년의 불균형, 다시 하나의 해법으로 되돌려야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