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농지 전수조사가 불러온 ‘역효과’
거래 건수 ‘절벽’ 작년比 29.6%↓
대규모 자본 유리, 정책 목적 퇴색
임차농들 터전 빼앗기는 문제 반복
지역농협 담보가치↓, 부실화 우려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 이후 경기지역의 농지 거래가 30% 가까이 급감했다. 경기도 농지는 이번 전수조사의 핵심 타깃인 만큼 전국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전수조사가 시작된 5월18일부터 9월 23일까지 경기지역 전·답·과수원 거래 건수는 7천11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97건보다 2천985건(29.6%) 감소했다.
특히 올해 감소폭은 유독 두드러진다. 도심으로 인구가 계속 몰리면서 농지 거래는 줄고 있는 실정이지만 올해는 대폭 확대됐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2023년의 경우 1만2천695건에서 2024년 1만1천54건으로 12.9% 감소했고, 2025년에도 1만97건으로 8.7% 줄었다. 하지만 올해는 감소폭이 29.6%까지 확대되면서, 전수조사에 따른 거래 위축 여파가 실제 거래량 감소로 나타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전·답만 집계하는 순수토지거래량도 줄었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R-ONE)을 보면 농지 전수조사가 시작된 5월부터 7월까지 경기지역 전·답 순수토지거래량은 9천737필지로, 전년 동기 1만833필지보다 1천96필지(10.1%) 감소했다. 전국 감소폭인 6.7%(6만9천696필지→6만5천20필지)보다도 컸다. 경기지역 농지 거래가 전국보다 가파르게 줄어든 것이다.
현장에서는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로 농지 거래가 부진한데 전수조사 방침까지 발표되면서 매도하려는 사람은 늘어난 반면, 매수하려는 사람은 줄어 거래가 급감했다고 설명한다. 특히 문제는 농지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농사를 짓는 농민보다 오히려 자본력을 갖춘 사업자에게 매물이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수요마저 적은데 가격까지 하락하면서 매수 심리가 얼어붙어 농지 매매 구조가 대규모 자본에 더 유리해져서다. 투기를 막으려는 이번 전수조사의 목적이 흐려지는 셈이다.
이천시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수조사 발표 이후 농지를 처분해야 하느냐는 문의 전화가 잇따랐다”면서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농지 자체가 잘 팔리지 않았는데, 전수조사까지 겹치면서 시세보다 30~40%가량 저렴한 급매가 나와도 지금은 찾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자본력이 있는) 태양광이나 물류창고 사업자들 정도만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지 찾는)문의가 온다”고 했다.
관행적으로 구두계약을 맺고 타인의 농지에서 농사를 짓던 임차농들이 오히려 농지를 빼앗기는 문제도 반복되고 있다. 수원시에서 6천612㎡(2천평) 규모로 화훼농사를 짓는 70대 농민 김모씨도 최근 지주로부터 전수조사에 따른 이행강제금 부과가 우려된다며 자경을 위해 시설을 철거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20여년 전부터 3억원 정도를 들여 난방 비닐하우스 등을 설치하고 농사를 지어왔는데, 지주가 스스로 농사를 짓겠다며 시설을 철거하라고 전날에도 전화를 했다”며 “지주가 외지인인데 나를 내보낸다고 한들 직접 농사를 짓겠느냐. 결국 나무만 세워둔 채 농사를 짓는 척하는 꼼수를 부릴 것”이라고 토로했다.
경기지역에서 농지를 매수하려는 심리가 위축되면서 농지 가격도 흔들리고 있다. 지역 농민들에게 농지를 담보로 자금을 빌려준 지역농협에서는 담보가치 하락에 따른 채권 부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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