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농지 전수조사가 불러온 ‘역효과’
도내 전·답·과수원 거래가 20% ↑
여주 27.8·이천 18.6% 되레 떨어져
지역농협 채권 부실화 건전성 우려
전문가 “식량안보 제도 개선 필요”
농지 전수조사 이후 경기지역 농지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농민들의 가장 큰 재산인 농지값마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농지를 담보로 대출을 실행한 지역농협들도 농지가격 하락에 따른 채권 부실화를 우려하며 대출 문턱을 높여 농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 경기 전체 농지값 올랐지만… 농촌지역은 하락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전수조사가 시작된 5월 18일부터 9월 23일까지 경기지역 전·답·과수원의 ㎡당 거래가격은 2025년 28.5만원에서 2026년 34.2만원으로 약 20% 올랐다.
하지만 농촌지역만 놓고 보면 분위기가 달랐다. 도내 농업 중심 지역인 여주의 ㎡당 거래가격은 11.4만원에서 8.2만원으로 27.8% 떨어졌고, 이천도 12.4만원에서 10.1만원으로 18.6%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투기 목적의 농지 보유자에 대한 처분 방침을 밝히면서, 개발 기대 등 비농업적 수요가 많았던 경기도 농지시장에서 거래가 위축된 것으로 분석했다.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은 “경기도는 농업소득에 비해 농지값이 높아 농사를 목적으로 농지를 사서는 수지가 맞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투기를 잡겠다는 정부 방침으로 투기성 수요가 위축되면서 매도자들도 관망하는 등 시장에 나오는 물량이 줄어 가격이 높게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반대로 도내 농촌지역은 투기 수요뿐 아니라 주말농장 등 실수요도 있었는데, 투기 단속이 강화되면서 이런 실수요까지 위축돼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 농지값 하락에 지역농협도 ‘부실대출’ 우려
더 큰 문제는 농지값 하락이 농지를 담보로 대출을 실행한 지역농협의 건전성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출 당시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자금을 빌려준 지역농협 입장에서는 농지 수요가 줄면서 경매 낙찰가까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주의 한 지역농협 조합장은 “감정평가 당시 농지가격의 60~70% 수준까지 대출을 실행해줬는데, 지금은 경매에 나와 3차까지 가도 유찰되면서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며 “현재 우리 지역농협 금고액의 절반가량이 대출로 나간 상황인 만큼 담보가치 하락으로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질 경우 대출채권이 부실화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농지 전수조사가 예고된 올해 1~9월 여주시 전·답 경매 낙찰가율은 41.4%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낙찰가액이 감정가의 40%대 초반에 그친 것이다. 최근 4년간 낙찰가율은 2023년 68.5%, 2024년 48.5%, 2025년 58.3%로, 올해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지역농협에서는 대출을 조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담보를 처분해도 제값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 다른 재산이 없거나 상환 능력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농지 대출 시행이 어렵다는 게 지역농협의 중론이다.
■ “투기 차단 넘어 실경작자·농지 보호해야”
전문가들은 농지 전수조사의 정책 목표를 투기 차단에만 두기보다 농지 보전과 실경작자 보호에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실경작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농지 전수조사의 주된 목적은 전국 경지(농작물 재배 토지)면적이 150만㏊ 이하로 감소하면서 식량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을 개선하는 데 있어야 한다”며 “8년 자경을 충족하면 양도소득세 혜택을 주는 현행 제도가 임차농 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국가 차원에서 보전할 필요가 있는 농지를 일정 기간 유지하는 경우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농지가 실경작자에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농지가격이 낮아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투기꾼이 아닌 실경작자가 농지를 소유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떨어져야 하는 게 맞다”며 “조사 기간 가격과 함께 거래량도 줄었다면 실제 재산상 피해를 입은 사람이 적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농지 보호라는 정책 목표가 분명하지 않은 채 전수조사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다 보니 부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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