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농지 투기를 근절하겠다며 대대적으로 착수한 농지 전수조사가 정책 의도와는 달리 현장의 극심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농지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취지 자체를 부정할 순 없으나, 현장의 실태를 외면하는 제도의 칼날은 정작 농촌의 실경작자와 지역경제 생태계를 위협하는 부작용이 될 수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8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관행적 임대차나 휴경은 처분 대상이 아니며 투기 행위에만 엄정 조치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남기며 연내 특별조치법 제정과 농지제도 개선을 약속했지만, 농촌 현장의 불안감과 시장 동요를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번 전수조사의 여파가 가장 뼈아프게 미치고 있는 지역은 경기도다. 수도권이라는 지역적 특성상 개발 기대감과 실수요, 투기성 자본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타격이 가장 두드러진다. 실제 조사 개시 이후 도내 농지 거래량은 전년 대비 30% 가까이 급감하며 ‘거래 절벽’ 현상을 보이고 있다. 여주와 이천 등 도내 농업 중심 지역에서는 농지 가격마저 동반 하락하고 시세보다 30~40% 저렴한 급매물이 나와도 외면받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시장 침체가 농민들의 삶과 지역 경제를 위협하는 연쇄적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농지 가격 하락은 이를 담보로 자금을 대출해 준 도내 지역농협의 채권 부실화 우려를 낳고, 이는 다시 농협의 대출 문턱을 높여 농민들의 자금난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을 유발하고 있다. 또 지주들이 행정 처분을 피하려고 농지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오랜 세월 농사를 지어온 임차농들이 터전을 잃고 쫓겨나는 일도 속출하고 있다. 가격이 폭락한 농지가 실경작자나 청년농에게 돌아가기보다 오히려 태양광·물류창고 등 자본력을 갖춘 사업자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기 차단이라는 본래 목적마저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투기 억제라는 명분만 강조하다 실경작자를 벼랑 끝으로 내몬 충격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투기 세력을 차단하고 경자유전 원칙의 농지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정책 취지는 옳다. 하지만 현실과 부합하는 정교한 설계 없이 속도전으로 추진하는 과격한 정책으로 농촌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는 부작용이 크다. 정부는 말뿐인 해명에 그칠 것이 아니라 농촌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농지제도 개혁의 현실적 수정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